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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 KT. 박상오가 말하는 '촌놈 농구'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5-09-17 07:03



촌놈 농구.

박상오가 다시 한 번 '촌놈'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림짐작으로 4년 6개월여 만에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다.

그는 지난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전에서 27점에 8리바운드를 잡고 팀의 72대54 완승을 이끌며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현재 '에이스' 조성민이 대표팀에 차출되며 홀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기에 소감이 궁금한 터였다. 그는 "1승이 절실했다"며 "일단 무조건 1승만 거두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또 "2연패 뒤 미팅을 자주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지금은 1승만 해도 순위가 중위권으로 올라간다. 다들 승리가 간절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촌놈 농구다"는 얘기를 했다. 시즌 전 최약체 중 한 팀으로 꼽혔지만, 지난 13일 삼성전(74대76)은 물론 '이날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는 질문을 받고나서였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이 어린 선수들이다. 시즌 전 엄청난 체력 훈련을 하며 버텼다"며 "이런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면 무섭다. 치고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촌놈이란 기량이 아주 빼어나지 않지만 성실함으로 무장한 선수라는 의미로 읽혔다.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슈퍼 스타는 아니어도 팀에는 꼭 필요한 선수의 뜻도 담겼다.

돌이켜 보면, 박상오가 2011~11시즌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뒤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해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4.9점에 5.1리바운드를 잡은 그는 문태종, 서장훈을 따돌리고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는 인생 드라마를 썼다. 당시 시상식에서 그가 한 말, "난 아직 촌놈이다. 문태종 선수, 서장훈 선배와 같이 이름이 거론됐다는 사실도 놀랍다. 내가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는 꽤나 긴 여운을 남겼다.

광신정보산업고 시절 매 경기 30점씩을 꼬박 넣은 박상오는 중앙대에 입학하면서 존재감이 없었다. 2000년 입학했을 때 송영진, 김주성 등이 버티고 있었고 결국 현역병으로 입대해 25개월을 복무했다. 우여곡절 끝에 KT 유니폼을 입었지만 MVP를 타기 전까지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늦깎이' 성공 스토리의 또 다른 말은 촌놈 농구의 결과물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촌놈을 언급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상당했다. 촌놈이 촌놈을 알아봤다는 것. 촌놈이 촌놈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가 올 시즌 복병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조동현 KT 감독도 "실제 경기에 들어가면 쉽지 않지만, 앞으로 코트에서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의 기가 죽으면 준비한 경기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며 "나부터 부족한 점을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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