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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김민구, "죄송한 마음뿐, 당당하게 서도록 노력하겠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8-18 17:54


"입이 두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는 사람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1년2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KCC 김민구(24)에게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인생 자체를 망칠 뻔했던 김민구다. 대표팀 소집 훈련 중이던 지난해 6월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 크게 다쳤었다. 당시에는 선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갔었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다. 농구인들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수의 잘못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크게 안타까워했다.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전주 KCC와 경희대학교의 경기가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코트에 복귀한 KCC 김민구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가지며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실내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8/
하지만 김민구는 묵묵히 그 시간을 견뎌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게 먼저, 선수로서의 복귀는 나중 문제였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달게 받아들였다. 김민구는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잘못을 했으니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1년2개월만에 그는 기적적으로 다시 코트에 돌아왔다. 18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그토록 바라던 KCC 유니폼을 입고 8강전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모교인 경희대였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구는 4쿼터 3분경 코트에 나와 6분51초를 뛰며 3점슛 1개를 성공했다. 리바운드 3개와 어시스트 1개도 곁들였다. '한국 남자농구의 미래'로 불렸던 시절에 비하면 몸놀림은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 사고를 겪고서도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래서인지 김민구는 경기 후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구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을 향해 고개부터 숙였다. 그리고는 "죄송합니다.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동안 코트에 다시 서기만을 기다려왔다. 1년2개월을 보내고 다시 코트에 돌아오니 감회가 무척 새롭다. 아까 코트에 나왔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올랐다"면서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을 하셨다. 신인때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복귀전 소감을 밝혔다.

이날의 플레이에 대해 김민구는 "점수를 매길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성적을 남기느냐보다 코트에 다시 선 것 자체가 중요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감개무량할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아직 김민구는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니다. 다리에도 보호대를 차고 있다. 김민구가 경희대 재학시절 코치이자 이날 함께 맞붙은 경희대 김현국 감독은 "본인도 무척 감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아직 파워나 밸런스는 좋지 못한 듯 하다. 횡으로 움직이는 동작도 보완이 많이 필요할 듯 하다. 어쨌든 김민구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니 나 역시도 은사의 입장에서 '아직 살아있구나'하는 마음에 기분이 흐뭇했다"고 말했다.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전주 KCC와 경희대학교의 경기가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코트에 복귀한 KCC 김민구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을 가지며 사죄의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실내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8.18/
김민구는 사고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날 오전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런 침묵의 이유에 대해 김민구는 "사고 이후에 계속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고, 선수로서 뛸 수 있을 때 말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간 눈물도 많이 흘리고 후회도 정말 많이 했다"면서 "사고 이후에는 정말 모든 것이 막막해서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지만, 다시 당당히 코트에 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순간 김민구의 눈물에는 진한 참회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잠실학생체=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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