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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차세대 국대 센터 이종현의 잃어버린 2년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8-12 07:04


대표팀 이종현이 골밑슛을 성공시키는 장면이다. 한국 대표팀은 11일 대만과 평가전을 가졌다. 이종현은 부진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진제공=KBL

고려대 이종현(21)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경복고 3학년 때였다.

성인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경복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센터로 주목받던 선수.

2m6의 큰 키와 준수한 순발력, 그리고 자신의 키보다 긴 윙스팬(2m20). 그의 최대강점은 빅맨으로서 매우 우수한 농구센스였다. 상대의 드라이브 인을 적절히 차단하는 뛰어난 타이밍의 블록슛 능력과 높이,그리고 여러가지 공격옵션을 가졌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했다. 파워와 중거리슛이 부족했고, 기본적으로 빅맨으로 갖춰야 할 포스트의 기술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를 감안해야 했다. 그의 타고난 센스라면 충분히 보완,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후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1년 선배이자 라이벌 김종규(2m6)와 많은 비교를 받았다. 김종규가 선천적인 운동능력을 지녔지만, 자신의 기능을 코트에서 100% 활용하는 센스는 부족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종현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줬다.

그리고 2015년이 됐다. 이종현은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14년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항상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로서 당연한 행보였다.

올해 NBA 신인 드래프트를 신청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 하나가 든다. 그의 실제적 기량은 어떨까.


올해 이종현은 고려대 3학년이다.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다. 프로 입성이 눈 앞에 있다. 여전히 발전할 수 있는 나이지만, 이제 뭔가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도 있는 시기다.

11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대만과의 연습경기다.

이종현은 한마디로 졸전을 펼쳤다. 4득점(6개 시도 2개 성공) 1어시스트 2리바운드 2블록슛 1실책 2파울을 기록했다. 기록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문제는 전혀 포스트에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파워가 많이 부족했다. 때문에 대만의 퀸시 데이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빅맨에게 쉽게 자리를 내줬다. 물론 현 시점에서 포스트를 든든히 지킬 정통센터는 없다. 이종현 뿐만 아니라 김종규 역시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

때문에 김동광 대표팀 감독은 골밑으로 공이 투입되면 반대쪽 베이스 라인에서 더블팀이 오는 수비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종현은 그 짧은 순간을 버티기도 힘겨워 보였다. 때문에 이종현은 패스가 오는 타이밍에 먼저 앞서서 스틸을 노리거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 수비를 했다. 하지만, 한계는 확실했다. 그렇다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전 유재학 감독이 강조했던 빅맨의 외곽수비를 익힌 것도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이승현이 생갭다 잘해줬고, 오세근이 그립다"고 했다. 뛰어난 파워를 자랑하는 오세근은 부상으로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상태다.

공격에서도 보완은 없었다. 미드 레인지 점프슛은 번번이 빗나갔다. 물론 특정 경기에서 그럴 수 있다. 포스트 업 공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포스트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버거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파워가 떨어지면서 포스트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밀려나와 공을 잡으면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쏜다는 의미다.

그는 운동능력이 평범한 편이다. 윙스팬은 길지만, 순발력이나 스피드가 김종규처럼 뛰어난 편은 아니다. 체력적인 부족함도 있다. 때문에 활동폭이나 활동량 자체가 많지 않다. 즉, 내외곽을 누비는 스타일로 변하기는 힘들다.

결국 이종현은 '계륵'같은 존재였다.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그랬다.

문제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종현의 실제적인 공헌도는 높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 소집 초반 유재학 감독은 "김종규와 이승현의 경우 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소속팀에서 쓰려고 한다. 하지만 이종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김종규는 여전히 약점이 많은 빅맨이지만, 지난 시즌 외곽 수비(특히 2대2 디펜스 시 스크린을 받은 공격수에 대한 수비 커버가 좋아지면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를 확실히 높였다. 이 부분 때문에 김종규의 존재감은 더욱 극대화됐다.)가 좋아지면서 경기 지배력은 더욱 좋아졌다. 이후, 이종현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자세를 지녔다. 변한 모습을 보고 유 감독은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이제 이종현도 매우 열심히 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종현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센터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포스트 업이 되지 않았고, 내외곽의 수비 역시 김종규가 더 나았다.

그런데 미국을 갔다 온 직후 대표팀에서도 변한 부분은 없다. NBA에 대한 도전 자체를 폄훼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약점과 발전과제에 대해 헷갈려하는 것 같다.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파워 보강은 없다. 그렇다고 미드레인지 점프슛이나 포스트업 등 개인기술이 향상된 것도 아니다. 결국 그의 위치는 더욱 애매해졌다.

유 감독은 "이종현은 대학 무대에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나 국제무대는 좀 다르다. 그와 비슷한 높이와 운동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런 발전 추세라면 이종현은 '리그를 씹어먹는 빅맨'이 아닌 '그냥 뛰어난 빅맨' 정도로 그칠 가능성도 있는 게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그의 기량으로 NBA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무리다.

여전히 그는 대학 최고의 센터다. 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지난 2년간 발전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종현 스스로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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