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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성-박정은 감독? 박신자컵 색다른 볼거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7-07 17:03


하나외환 신기성 코치가 7일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박신자컵 서머리그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감독이 돼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WKBL

"손들고 간격 좁혀!"

여자프로농구 2015 박신자컵 서머리그 이틀째 경기가 열린 7일 속초실내체육관. 하나외환과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양쪽 벤치에 있는 두 젊은 지도자의 목소리가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다. 하나외환 신기성 코치과 우리은행 박성배 코치. 하지만 이날은 이 두 사람을 엄연히 감독님으로 불러야 하는 날. 농구 경기에서는 감독만이 벤치 앞 코트 사이드에 나와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은 코트 사이드에서 쉴 새 없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했다.

양팀의 사령탑이 파격적으로 바뀐 것이었을까. 아니다. 이번 대회 특별한 볼거리다. 젊은 유망주 선수들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번 컵대회는 각 팀 선수 중 만 30세 이상 베테랑 선수 3명을 제외한 채 엔트리를 작성하게 했다. 아직도 대부분의 팀들에서 30대 이상의 고참 선수들이 팀 중심에 있다. 평소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하기 힘든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 여기에서 더 나아가 WKBL이 기발한 발상을 했다. 컵 대회 기간 감독도 바꾸게 했다. 이날 경기를 펼친 양팀 말고도 삼성 박정은 코치, 신한은행 전형수 코치, KB스타즈 박재헌 코치, KDB생명 박영진 코치가 이번 대회 감독 직함을 달았다. 대회 공식 안내 책자에도 이들 사진 밑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떡하니 달려있다. 경기 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도 당연히 이들이 나섰다.

젊은 초보 감독들의 패기, 대단했다. 마치, 감독 데뷔전을 준비하기라도 한 듯 열성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하나외환 신기성 코치는 현역 시절 따발총을 연상시키는 빠른 드리블과 속공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지도 방식도 똑같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선수들의 위치, 플레이를 점검했다. 이 선수, 저 선수 이름을 부르다가 목이 쉬는게 걱정될 정도로 고함을 쳤다. 초보 감독인만큼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하면 적극적으로 박수를 치며 독려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포지션인 포인트가드 유망주인 김이슬에게 공-수 양쪽에서 더욱 애정(?)을 담은 질타를 가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박성배 코치는 여자농구 지도자 선배로 신 코치에 비해 한결 여유가 있었다. 과묵히 경기를 지켜보다 중요 타이밍에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러 방면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WKBL의 발상이다. 보통 비시즌의 연습 경기나 대회 경기에서 코치들이 팀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공식적으로 감독이 정해져 코치들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자신이 보좌하는 감독의 고충이 얼마나 클 지에 대해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다. 정규시즌 '이런 타이밍에 감독은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내가 코치로서 어떤 도움을 드려야겠다'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신 코치는 경기를 승리로 이끈 후 공식 인터뷰실에 들어와 "이 자리에 앉는 게 매우 어색하다"고 하면서도 "수비에서 선수들이 잘해줬다. 강팀 우리은행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약점인 가드 포지션을 책임져줄 김이슬에게 특히 많은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감독들에게도 색다른 시간이다. 항상 코트 사이드에서만 선수들을 지켜보다 이번 대회 기간 중에는 관중석에서 조용히 선수들을 지켜본다. 선수들의 움직임, 팀 플레이 등은 바로 옆보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볼 때 더 잘 관찰할 수도 있다.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은 "바둑을 둘 때도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그 판을 더 잘 본다고 하지 않나. 나도 평소 보지 못했던 우리팀, 상대팀 선수들의 모습을 이번 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신자컵 서머리그는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 유망주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발전할 수 있는 의미있는 무대가 됐다.
속초=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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