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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승부조작, 사령탑 관여되면 답없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5-05-26 10:08


남자프로농구는 충격에 휩싸였다. 최고 인기감독 중 한사람인 전창진 KGC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경찰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단정짓기 힘들지만 경찰은 혐의사실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차용증 등 증거자료도 확보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경험했던 프로농구로선 대형 악재다. 프로농구 흥미 감소, 팬이탈 등을 감지하고 경기일정을 조절하고 외국인선수 제도를 손본 것도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실행의도는 프로농구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승부조작은 이 모든 발버둥을 한순간에 잠재울 수 있다. 불확실성, 의외성이 사라지면 스포츠는 존재근거를 잃는다. KBL이 26일 오전 발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승부조작에 사령탑이 관여된 것은 강동희 전 동부감독이 유일했다. 강 전 감독은 2013년 8월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2년이 안돼 전창진 감독이 조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사령탑이 승부조작, 경기조작에 개입되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조작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승부조작 시도는 더 은밀하고, 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강동희 전 감독의 경우에도 승부조작 입증은 쉽지 않았다.


◇전창진 KGC감독. 스포츠조선 DB
사령탑은 경기를 관장하는 최고 자리에 있다. 선수의 투입과 작전 등에 있어 전권을 쥐고 총괄한다. 농구는 5명의 선수가 뛰지만 주전이 계속해서 경기를 뛸 수 없다. 지쳐있는 선수들을 잠시 벤치로 불러 쉬게한 뒤 2군이나 1.5군 선수들을 내보내 경기를 조율한다. 농구에서 식스맨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얼마든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비주전 선수들을 몇분만 더 뛰게 해도 상대는 공격이나 수비에서 훨씬 더 편해질 수 있다. 스코어는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더군다나 농구는 흐름의 경기다. 또 감독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주전선수들을 벤치에 앉히고, 비주전선수들을 내보낸다고 해도 이를 뭐라하기도 힘들다. 주전 선수 입장에서는 숨이 턱까지 미칠 때 감독이 어려운 경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배려해줬다고 느낄 수 있고, 비주전 선수들은 '감독님이 나에게 기회를 주시는 구나'라며 오히려 감사할 수 있다. 국내 프로농구 환경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상당하다. 선수층이 그만큼 옅기 때문이다. 리그 3연패를 달성한 울산 모비스의 경우에도 큰 경기, 박빙 승부에선 주전 가드 양동근을 2~3분만 빼도 경기 흐름이 한순간에 요동쳤다. 양동근은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매번 그런 양동근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한다.

경찰과 승부조작으로 의심받고 있는 경기를 대해 kt 구단은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의심은 할 수 있지만 물증이 확보되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 경찰이 자금흐름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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