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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사실 전자랜드에서 니갱망을 뽑는 것은 너무나 힘든 작업이다. 고심 끝에 뽑은 선수는 리카르도 포웰이다.
전자랜드의 주장. 전자랜드 6강 기적의 주인공이다. 이날 매우 효율적이었다.
포웰은 18분13초를 뒤면서 15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동부의 뛰어난 높이에도 야투율은 무려 80%.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코트에 있던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의 정신적 지주이자, 확실한 에이스다. 테크니컬 파울로 인한 5반칙 퇴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포웰이 억울할 수 있다.
일단 이날 포웰은 전체적으로 집중력에서 약간 부족했다. 심판진의 판정에 유난히 민감해 했다.
이런 부작용이 2쿼터 3분25초를 남기고 나왔다. 김주성을 수비하고 있었다. 김주성이 치고 들어오는 순간, 스텝이 따라가지 못하며 김주성의 허벅지와 포웰의 다리가 서로 걸렸다. 수비자 파울이었다.
그런데 이때 포웰은 약간 흥분한 채 쓰러진 김주성의 발을 걷어찼다. 결국 비디오 판독 끝에 U2 파울(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범했다. 완벽한 포웰의 실수였다.
하지만 포웰은 주장다웠다.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책임감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상대의 강한 마크에도 묵묵히 견뎠다.
그런데 4쿼터 7분14초를 남기고, 파울트러블에 걸린 포웰은 강민호 심판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이전 상황에 대한 자신의 파울에 대해 소극적 항의를 하던 도중, 강 심판과 얘기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갑자기 불려진 휘슬이었다.
포웰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강력하게 어필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빠른 수습이 없었다면, 더욱 큰 사건이 생길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포웰은 이 부분에 대해 경기가 끝난 뒤에도 "도대체 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억울해 했다. 전자랜드 측은 "구체적으로 테크니컬 파울이 불리기 이전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는 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욕설이 만약 섞였다면, 포웰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파울에 관한 항의 과정에서 약간의 설전이 일어난 부분만 있었다면, 심판의 콜은 너무 경솔했고 인내심이 없었다. 자신의 판정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없이, 심판의 권위주의만 내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결과적으로 포웰은 에이스로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하고 전자랜드의 2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포웰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매우 억울하다.
필자는 경기가 끝난 직후 심판진에게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박인규 경기 감독관은 "그 부분은 현장에서 아직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황현우 강민호 김귀원 심판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심판진에게 물어봤지만, 황현우 심판이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KBL 시스템 상 그 부분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심판진은 취재진과의 접촉이 금지돼 있고, 판정에 대한 보고는 하루가 지난 상황에서 보고서가 작성된다. 심판위원장을 통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 부분은 시스템에 어긋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다.
KBL에 문의하자, "포웰이 항의해서 그런 것 같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현장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포웰의 테크니컬 파울이다.(플레이오프와 같이 판정에 민감한 시기에는 KBL은 좀 더 유연하게 심판진의 판정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NBA는 경기종료 2분 전 판정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유례는 없지만, KBL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주심의 '기자회견'같은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 그래야 판정에 대한 오해와 근거없는 비난도 풀릴 수 있다.)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