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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 전주 KCC 이지스와의 경기. 4쿼터 KCC 하승진이 쓰러졌다. 삼성 라이온스의 팔꿈치에 코를 가격당했고, 쌍코피가 줄줄 흘렀다. 코뼈가 부러저 주저 앉은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큰 부상. 경기에 뛰는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응급실에 가야했다.
일단 현 상황에서는 하승진에 대한 동정론이 훨씬 우세하다. 그 관중이 잘못한게 맞다. 관중 입장에서는 '프로 경기장에서, 그것도 홈팬 입장에서 원정팀에 대한 야유도 못하느냐'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지역이든, 어느 종목이든 원정팬들은 응원받지 못하고 야유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프로 선수라면 이런 관중의 응원, 야유 등에 흔들려서는 안되는게 맞다. 문제는 그 야유의 정도다. 단순히 홈팀 선수들을 더욱 독려하고, 원정팀 선수들의 힘을 빼기 위한 '재미' 정도의 야유는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관중이 지나쳤다. 사연이 어떻든 상대 선수에 얻어맞아 뼈가 부러져 피를 뚝뚝 흘리며 들어가던 선수였다. 아무리 원정팀 선수라지만 부상을 당했을 때는, 홈팬들도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격려는 못해줄 망정, 병원으로 가야 할 선수의 심리를 자극하는 언사는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그 팬이 하승진의 개인 심리 상태까지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승진은 이날이 부상 복귀전이었다. 자신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후 7경기에서 KCC는 모두 패했다. 새해 첫 날 절치부심해 복귀했다. 그런 가운데 또 부상을 당했다. 십수년간 운동을 한 선수는 맞는 순간 안다. 이 부상이 어느정도인지 말이다. 하승진의 머릿속에는 '오늘 복귀했는데 또 4주를 쉬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쳐갔을 것이다. 안그래도 팀의 간판스타로 자신에게 모여지는 기대감이 부담감으로 느껴지는 하루하루인데, 상대 선수의 가격에 큰 부상이 나왔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선수의 심리가 이렇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더라도, 다친 선수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한 관중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삼성 구단은 내부적으로 '경기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라고 이날 상황을 총평하며 속상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승진도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한다. 이 얘기도 아예 틀린 말은 분명 아니다. 프로 선수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관중을 향해 폭력적인 언행을 해서는 안되는게 맞다. 하승진의 경우 관중과 물리적인 충돌이 없었기에 다행이지만, 충분히 주변 관중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당시 힘든 상황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더라도, 또 물리적 충돌이 없었더라도 KBL의 재정위원회에 회부될 수도 있다. KCC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를 하며 하승진만 감싸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