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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류중일 감독은 더 이상 사과할 필요없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1-19 08:35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들은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다.

"죄송합니다!"

기자회견장에 울려퍼진 목소리의 주인공은 류중일 삼성 감독이었다. 삼성이 지난해 11월에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라미고에 0대3으로 졌을 때, 또 지난 3월에 대만에서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5 완패를 당했을 때 류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WBC에서 패한 대표팀 감독이 사과를 할 수는 있지만, 아시아시리즈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당시 라미고 투수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까지 없었다. 그러나 결승 진출에 실패한 류 감독은 죄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아시아시리즈는 각 지역 우승팀이 나서는 대회이고, 출전 자체가 영광인 대회이다. 그런데 감독 입장에서 부담이 큰 대회가 되고 있다.

류 감독은 아시아시리즈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4일 "제가 코치였을 때 선(동열) 감독이 '아시아시리즈는 친선경기가 아니다'고 하셨어요. 그 때는 별로 못 느꼈는데, 감독이 돼 보니 부담이 정말 크네요. 팀과에 대결이 아닌 국가대항전이잖아요." 대회의 존재 가치가 애매한 아시아시리즈. 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잃을 수 있는 대회가 됐다.

감독이 느끼는 부담감은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쁜 분위기는 좋은 분위기 보다 빠른 속도로 '전염'된다. 그런데 류 감독은 그동안 이런 부담감이 팀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왔다.

세리자와 유지 삼성 배터리 코치는 "지난 9월 중순에 2위로 떨어졌을 때, 1위 LG와의 승차가 1.5게임으로 벌어졌어요. 그 때 감독님은 저희를 질책하지 않고 코치와 선수 전원이 경기장을 20분 동안 달리게 했어요. 그것이 일종의 기분전환이 됐지요. 또 한국시리즈에서 1승3패로 바랑 끝에 몰렸을 때, 감독님은 우리에게 압박감을 전혀 주지 않았어요. 그 때 감독님이 승부사다운 기질과 넓은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고 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패했다면 류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삼성은 5~7차전을 모두 이겨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17일 열린 아시아시리즈 퉁이(대만)전. 연장 10회 1점차 승부에서 삼성이 이겼다. 경기가 끝나고 20분이 지났는데도, 류 감독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승리의 기쁨 대신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류 감독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어려운 경기였다.

류 감독은 모든 순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해 왔다. 이번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류 감독은 더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 지난 3월에 사과를 했던 대만에서 통합 3연패를 이룬 류 감독이 밝은 얼굴로 올해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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