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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빨리 끝나자. 자꾸 서러워지기 전에…."
당시 울산에서 전자랜드와 4강 1,2차전을 치르고 있던 모비스는 SK와 KGC의 경기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입증됐듯이 모비스 입장에서는 챔피언 예비 상대 SK의 경기를 체크하는 게 급선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모비스 식구들은 TV 중계를 볼 수 없었다. 4강전을 중계했던 방송채널이 경제전문 SBS CNBC였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에 이런 경우에 속했다. 챔피언결정 3, 4차전도 SBS CNBC가 중계했다. 케이블채널에 가입한 것만 생각하고 무작정 채널을 찾다가 결국 SBS CNBC를 찾지 못하고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폰 DMB에 의존한 울산팬들이 속출했다.
하필 방송 환경이 열악한 울산을 연고로 한 모비스가 챔프전에 진출한 것을 탓할 일이 아니다. 프로농구가 프로야구에게 철저하게 밀렸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해마다 그래왔듯이 올해에도 프로야구 인기에 설움을 겪고 있다. 잔치를 벌여야 할 시즌에 더욱 두드러진 프로농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달 30일 프로야구가 개막하면서 기존 스포츠 전문채널들이 일제히 프로야구로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중계 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프로농구가 하는 수없이 선택한 게 SBS CNBC였다.
운이 좋아서 공중파 중계를 따냈다고 해서 설움이 가시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4일 벌어진 챔피언결정 2차전의 지각중계 사건이다. 이날 2차전은 당초 오후 7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중계를 맡은 MBC의 사정으로 인해 오후 1시30분에 앞당겨졌던 경기였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농구팬들은 1쿼터 7분여 동안을 시청할 수 없었다. 앞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류현진(LA 다저스)의 선발 등판 경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중계를 맡은 MBC는 오전 9시에 류현진 등판 경기를 편성했다. 시청률 높은 류현진 경기가 늦게 끝나면서 농구편성도 뒤로 밀렸다. KBL은 1시 40분까지 경기시작을 미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1쿼터 종료 2분 56초를 남기고 모비스가 18-12로 앞선 시점부터 방송됐다. 농구팬과 농구인들로서는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일정이 고무줄이 된 것도 그렇다. 1,2차전 이후 하루를 쉰 뒤 3,4차전을 치른 프로농구는 느닷없이 이틀을 쉰 뒤 5,6차전을 치른다. 이 역시 프로야구 주중 야간경기에 밀려 방송 중계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은 것을 시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챔프전 시즌만 되면 되풀이되는 설움을 언제까지 겪고 있어야한 하느냐. 피해가는 대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 농구인들의 탄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