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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6강 버저비터? 승리 보증수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3-28 23:36 | 최종수정 2013-03-29 06:11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 고양 오리온스와 안양 KGC의 경기가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오리온스 조상현이 3점슛을 성공하며 환호하고 있다.
고양=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3.28



프로농구에서 버저비터는 야구의 끝내기 홈런 만큼이나 짜릿한 명장면이다.

쿼터나 공격제한시간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는 순간 림을 가를 슛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기 그지 없다.

이 버저비터 한방으로 인해 '성공시킨 자'와 '얻어맞은 자'의 희열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성공시킨 쪽은 선수들의 사기와 팀 분위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얻어맞은 쪽은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처럼 허탈감에 빠진다.

감독들은 "22초 동안 수비 열심히 해서 잘 막아놓고 마지막 1, 2초 방심하는 바람에 슛을 허용하면 보통의 실점보다 몇 배 이상의 타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버저비터가 올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보통 버저비터를 터뜨린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 최종 결과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번 6강전에서는 공교롭게도 버저비터를 기분좋게 터뜨린 팀이 어김없이 휘파람을 불었다.

전자랜드와 삼성의 6강전부터가 그랬다. 전자랜드는 1차전부터 버저비터를 작렬시키더니 3차전에서도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3연승으로 4강에 안착했다.


1차전에서는 문태종이 주인공이었고, 3차전서는 정영삼이 극한의 짜릿함을 선사했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문태종의 버저비터에 대해 "그걸 넣을 줄 전혀 몰랐다. 알토란같은 점수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삼성은 이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한 채 연패를 안아야 했다.

3차전에서 3쿼터 종료와 동시에 나온 정영삼의 버저비터는 전자랜드를 70-45로 훌쩍 달아나게 만들었다. 여기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버저비터 바이러스는 옆동네 오리온스와 KGC의 6강전으로 옮아갔다. 오리온스가 톡톡히 재미를 봤다.

오리온스는 28일 KGC와의 4차전에서 72대65로 승리하며 2연패 뒤 2연승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에 최고의 숨은 공신이 조상현의 버저비터였다.

3쿼터 종료 3분10초전 39-33으로 앞서나가던 오리온스는 연이은 테크니컬파울과 자유투 허용 파울로 인해 가만 앉아서 39-39 동점을 허용했다.

다소 끌려다니던 KGC는 급격하게 활기를 되찾는 대신 오리온스는 기가 죽는 등 경기 분위기가 급격하게 뒤집히는 듯했다.

그러나 3쿼터 종료 2분42초전 공격을 하던 오리온스가 상대의 엔드라인 터치아웃으로 다시 공격권을 잡았다. 남은 공격시간은 겨우 1초. 이론상 공을 잡자마자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를 성공시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 기적이 일어났다. 톱 위치에서 기회를 엿보던 조상현이 잽싸게 3점슛 라인을 돌아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태풍의 패스를 받자마자 3점슛을 던졌다. 조상현의 손을 떠나자마자 버저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은 공은 깨끗하게 그물을 꿰뚫었다. 이후 오리온스는 KGC의 추격을 악착같이 저지했고, KGC는 따라잡을 듯, 말 듯 좀처럼 뒤집기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6강 PO에서 나타난 버저비터의 위력을 대단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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