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은 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 나섰다. 이적 후 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 추일승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농구장을 찾은 관중들까지 모두 김동욱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부담이 컸을까. 1쿼터 첫번째 슛을 실패했다. 턴오버도 범했다. 하지만 레이업슛에 이어 얻은 파울 자유투까지 성공시켜 3점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조금씩 팀에 녹아들어 갔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했다. 삼성을 잘 알았고, 또 이날 전담마크했던 이승준을 잘 알았기에 결정적인 가로채기도 몇차례 성공시켰다.
하지만 78-78 동점인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3점슛을 터뜨렸다. 경기 종료 43초 전이었다. 오리온스는 리드를 잘 지키며 85대8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5연패에서 탈출하면서 최하위에서도 탈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동욱은 "농구하면서 이렇게 부담이 됐던 건 처음이다. 내 기록을 떠나서 승리한 게 가장 기분 좋다"며 웃었다. 그는 "자유투를 4개 연속 못 넣은 건 프로와서 처음이다. 오늘 솔직히 부담을 안 가지려 했는데 몸이 반응하더라. 슈팅밸런스가 이렇게 깨진 건 올시즌 들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마지막 3점슛을 성공시킨 순간 기분은 어땠을까. 김동욱은 "공만 오면 마음먹고 쏘겠다고 생각했다. 던지고 나서 거의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었다"라며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그런데,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첫 시합에서 첫 골 들어가는 그 짜릿함과 비슷했던 것 같다"고 했다.
오리온스에 합류한지 3일째,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그는 "오리온스는 젊은 팀이다. 가족같은 분위기다. 사실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며 "나보다 동생들이다 보니 다들 선배라고 예의를 갖추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장난도 많이 친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욱은 "아직 우리 팀이 6강을 포기하는 것은 이르다. 선수 입장에서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래도 지금 6위까지 6경기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 정도면 앞으로 잡을 수 있다. 6위를 목표로 1승, 1승을 챙기다 보면 가능할 수 있다"며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고양=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