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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가는 길에 안개가 꼈다.
이란전 이후 선수단은 입을 모아 "몸싸움에서 졌다"고 했다. 초반부터 강한 투지로 밀어붙인 이란 선수들의 기세에 한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허 재 감독 역시 경기 후 "이란 선수들의 근성에 밀려 해보지도 못하고 졌다"며 아쉬워했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이렇게 해보지도 못하고 지는 건 문제가 있다. 지더라도 무언가 해볼만큼 해보고 져야 한다.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기술을 써보지도 못하고 거친 몸싸움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 원인과 결과를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선수들의 투지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이란전 패배를 계기로 '클린 농구'를 내걸고 지나치게 엄격하게 만든 국내 리그의 파울 판정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몸싸움을 경기의 일부로 보고 비교적 관대한 국제 기준에 비해 국내 판정 기준은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사실이다. 작은 신체 접촉에도 휘슬을 불기 바쁘다. 선수들이 그 엄격한 기준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사실이 문제다.
양동근은 "사실 관대한 판정은 우리 선수들에게 익숙지 않은 문제" 라며 "몸에 배있지 않으면 갑작스레 변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국내와 국제 기준 간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지적이다.
KBL은 국대협을 출범시키며 국제대회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임 한선교 총재도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상황.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이 침체된 국내 프로농구 붐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국제대회 판정 기준은 좋든 싫든 '정해진 환경'이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 불평만 해서는 해답을 찾기 힘들다.
우한(중국)=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