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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진실성은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건 '야구인 다큐멘터리'가 아닌 '유튜버 예능'에 가까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유튜브 시청자들이 빠져들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다. '30대 후반에 시작하는 재도전', '팬들의 지지에 의한 재결심', '성패 여부보다 중요한 과정' '계속 이어지는 다음 시리즈' 등등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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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유튜브 채널의 기획 콘텐츠의 흥행 필수요소들이 담겨있는 발언이다. 시리즈 파일럿 에피소드가 공개된 시점에서 이미 대박이 예상된다. 덩달아 K씨의 유튜브 채널도 '떡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실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기획이 얼마나 허무맹랑하며, 기만적인 콘텐츠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콘텐츠를 진행하는 K씨 본인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현역시절 스몰마켓 약체구단의 주전으로 겨우 두 시즌(2015, 2016) 남짓 활약했을 뿐인 K씨는 2016년 12월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며 사실상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끝냈다.
이전에도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2009년, 2011년) 전력이 있던 K씨는 이 사건으로 한참 더 빛을 발할 수 있던 메이저리그 경력을 끝내버렸다. 이 사건 직후 팬들에게 사과하며 그 유명한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남긴 장본인이다. 이후 이 말이 하나의 밈처럼 굳어졌으니 이미 이때부터 '미래의 유튜버'로서 자질을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어쨌든 검찰은 K씨의 세 번째 음주사건에 대해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일반적인 관행인데, 이를 법원이 받아주지 않았다. 이미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했고, 세 번째의 경우 사고 후 미조치(뺑소니) 및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정식 재판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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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씨는 2019시즌 65경기에서 타율 0.169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방출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 KBO리그 복귀를 시도했다. 그러나 세 번의 음주운전 전력 등이 문제가 돼 끝내 복귀가 불허됐고, 그대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후 K씨는 유튜브 방송과 야구레슨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 관련일을 업으로 삼고는 있지만, 현역 생활과 멀어진 지 너무나 오래됐다. 더구나 메이저리그는 세계 최고무대다. 은퇴한 지 6년이나 지난 30대 후반의 전직 선수가 유튜브 콘텐츠용으로 훈련해 들어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물론 트라이아웃 자체에 제한 기준같은 건 없다. 누구나 일단 신청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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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메이저리거, 불굴의 재도전기'로 그럴 듯 하게 포장한 콘텐츠를 트라이아웃 시점인 내년 초까지 꾸준히 연재한다.→ 도중에 부상이나 좌절, 극복 등 다양한 흥미 요소를 집어넣고, 전현직 야구선수들을 출연시켜 흥미를 유발한다.→미국 곳곳의 명소나 메이저리그 구장도 가끔씩 소개한다. → 중간중간 인간적인 소회나 과거의 잘못(음주운전)에 대한 반성 등 연민의 요소를 삽입한다. →트라이아웃을 신청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 시험을 치른다.
기본적으로 여기까지 자동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구성이 나올 수 있다. 구성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후 트라이아웃 결과에 따라 후속 콘텐츠 시리즈를 만들면 된다. '마흔에 재도전하기', '실패한 마이너리그와 다시 도전하기' 등도 가능하다. 만에 하나 기적같은 확률로 트라이아웃에 통과해 캠프에 초청된다면 그 또한 대박 콘텐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K씨는 손해볼 게 없다. 시청자 조회수는 충분히 나올 수 있고, 그걸로 수익도 쏠쏠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 콘텐츠가 진지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거나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본연의 제작 목적에 맞게, 이를테면 '최강야구'같은 스포츠 예능 콘텐츠 정도로 만들어지고, 시청자에게 소비되면 적당할 듯 하다. 야구 팬이나 K씨 유튜브 구독자들도 쓸데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색다른 예능' 정도로 보면 적당할 듯 하다.
어차피 K씨가 현역으로, 특히 메이저리그 현역으로 돌아가는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