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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분명 똑같은 구속이 나올 거라 했는데...
이에 투수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이 앞장섰다. 투수들 입장에서는 구속 차이가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원래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아무리 세게 던져도 145km 밖에 안 나오면, 그 구속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한 힘을 쓰다 컨트롤이 흔들릴 수 있고 부상이 올 수도 있다.
구속이 높게 찍히는 홈구장을 쓰는 선수들은 더욱 기가 살 수 있고, 반대 구장의 선수들은 스스로의 공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KBO는 리그 공식 구속 측정 장비로 투구 추적 시스템 트랙맨을 일괄 도입했다. 중계 방송 및 구장 전광판에 표출되는 구속을 일원화 하기로 했다. 선수도, 팬들도 환영 일색이었다.
그런데 개막 2연전부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연전이 열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구장 전광판에 표시되는 구속과 중계 방송사의 구속이 달랐다. 수차례 1km씩 차이가 났다. 중계 방송사 구속이 더 느렸다.
수원 뿐 아니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도 마찬가지였다.
측정 기계가 똑같은데, 왜 양쪽에 차이가 생기는걸까. 측정 오류는 아니었다. KBO 관계자는 "트랙맨은 소수점까지 정보를 제공한다. 보통 구단은 경기장 측정 장비든, 구단 전력 분석 장비든 구속이 측정되면 반올림을 한다"고 설명했다. 150.7km가 나왔으면, 전광판에는 151km가 찍히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중계 방송사 쪽에 확인을 하니, 방송사는 자체 기준을 두고 소수점을 지워버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방송사는 150.7km면 150km로 표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단 1km라도 차이가 있다면, 공개 천명한 '일원화'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일원화'를 약속했다면 애당초 시즌 전부터 전광판과 방송사 간 소수점 처리 기준부터 통일하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다.
KBO 관계자는 끝으로 "구단들과 중계 방송사들의 구속 측정 운영 현황과 확인 작업을 거쳐 빠르게 통일안을 만들겠다"고 뒤늦게 설명했다.
한편, 포털 사이트의 문자 중계의 경우도 현장과 구속이 달랐다.
이유가 있다. 문자 중계 서비스의 경우 트랙맨이 아닌, 자체 시스템으로 구속을 측정해 이번 일원화 방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