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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방팀 선수들도 배려를 제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지방 연고팀 선수들의 경우, 미디어데이 행사 전날인 19일 서울로 올라와 20일 행사에 참석하고 다시 홈으로 내려가야 하는 타이트한 동선이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강민호의 경우 팀 동료인 오승환의 모친상 빈소에 들렀다가 19일 밤 늦은 시각에 서울 숙소에 도착했고, 이튿날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친 후 다시 대구로 내려가 개막전을 준비했다.
구자욱은 "사실 아쉽기는 하다. 미디어데이가 매년 이 시기에 열리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저희도 여러 차례 KBO 관계자분들께 말씀을 드렸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개막전을 이틀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것은 지방팀 선수들에게는 너무 힘든 일정이다. 컨디션을 잘 맞춰놨는데, 지금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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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지방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선수들을 위해 따로 훈련장을 빌렸다. 롯데는 전준우와 윤동희가 대표 선수로 참석했는데 롯데는 개막전이 마침 서울 잠실구장에서의 LG 트윈스전이었다. 팀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부산에 내려가려면 동선이 꼬인다. 그렇다고 이틀 이상 훈련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 롯데 구단에서 인근 고교 야구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전준우와 윤동희는 팀 훈련 대신 해당 고교 야구부 훈련 시설을 활용해 개막을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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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팀과 지방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행사이다 보니, 당시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미디어데이를 정규 시즌 개막 직전이 아닌, 스프링캠프 귀국 후 시범경기 개막 전에 개최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방팀과의 형평성을 위해 미디어데이도 올스타전처럼 지역을 바꿔가며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NC 박민우는 23일 광주 KIA와의 개막시리즈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디어데이는 왜 꼭 서울에서만 열리는지 모르겠다. 개막 이틀전 미디어데이로 인해 왔다갔다 하느라 훈련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미디어데이 역시 서울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돌아가며 개최하면서 지방팀들을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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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에는 규모 자체가 많이 커졌고, 생방송 중계가 되다보니 아무래도 프로그램 진행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또 최근에는 각 구단 오피셜 영상 채널로 '자체 컨텐츠'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디어들 역시 미디어데이 행사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많다.
다만 '팬 페스트'라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지방팀 선수들의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개최 시기 조율이나 개최 장소 변경 등은 고려해볼만 하다. 144경기 체제 이후, KBO리그 선수들의 최대 화두가 체력 관리인데다 최근 스프링캠프 기간도 다시 늘어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