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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이 패배는 불가항력이다. 할 만큼 했다.
'선발투수 이후 8회 이영하까지 어떻게 바통을 넘기느냐'가 관건이었다. 앞선 상태로 8회까지만 가면 이영하-김택연으로 끝낸다는 계산이다. 이영하나 김택연이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계산에 없으며 이는 자연재해다.
먼저 선발투수 콜 어빈은 90구에서 95구가 예정됐다.
두산은 6회초 1점을 뽑아 5-4로 리드했다. 여기까지 괜찮다.
6회말과 7회말을 버틸 수 있을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두산의 필승 계투 계획이 개막 전날 완전히 꼬여버렸다는 것이다. 3선발 곽빈이 다치면서 필승조로 내정됐던 최원준이 선발로 보직 변경됐다. 필승조 홍건희도 팔꿈치 통증을 느껴 개막엔트리에서 빠졌다. 필승조 2명이 갑자기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래서 이승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어빈이 6회까지 던져줘야 그나마 계산이 설 것 같다"고 했다. 7회는 어떻게 해서든 물량공세로 버티고 8-9회를 이영하 김택연으로 정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6회말 박치국을 선택했다. 박치국은 6회를 퍼펙트로 정리했다. 큰 산 하나를 넘었다.
7회말이다. 여기가 하이라이트다. 이승엽 감독은 타자 셋을 잡는 데에 투수 셋을 썼다. 박치국이 선두타자를 잡고 내려갔다. 1⅓이닝을 책임졌다. 만약 두산이 이겼다면 일등공신은 무조건 박치국이다. 에레디아는 박정수로 잡았고 좌타자 한유섬을 이병헌으로 잡았다. 8부 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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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정한 승부처는 6회초였다.
2사 1, 2루에서 김재환이 6-5로 앞서가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2사 1, 3루가 이어지면서 양의지에게 찬스가 왔다. 양의지가 여기에서 해결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두산이 달아나지 못하면서 SSG는 승리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지고 있었음에도 필승조 노경은을 투입해 물고 늘어졌다. 6회에 양의지가 쳤다면, 7-5가 됐다면 SSG가 노경은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도망갈 기회는 또 있었다. 8회초 2사 만루 밥상이 케이브 앞에 차려졌다. SSG는 여기서 마무리 조병현을 꺼내는 초강수를 뒀다. 케이브가 좌익수 뜬공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렇다고 양의지와 케이브를 탓할 수 있을까? 양의지는 이날 3타수 2안타에 볼넷도 2개나 골랐다. 3타수 3안타를 못쳤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케이브는 KBO리그 데뷔전이었으며 상대 마무리한테 막혔다.
144경기를 치르면 우승팀도 50번 넘게 진다. 반드시 곱씹어야 할 뼈아픈 패배도 있지만 그냥 빨리 잊고 털어버려야 하는 패배가 더 많다.
두산이 만약 6~7회에 허리가 꺾여서 무너졌다면 약점이 고스란히 공략당한 것이기 때문에 '큰일났다'고 걱정을 할 만하다.
하지만 이날은 계산이 서는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오히려 낫다. 그저 승리의 여신이 SSG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문학=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