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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경기. 하지만 김광현의 기억에서 어쩌면 앞으로도 지워지지 않을 경기다.
SSG가 3-1로 앞선 8회말. 잘막던 노경은이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투수가 교체됐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광현. 깜짝 카드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도 이숭용 감독이 김광현의 불펜 대기는 예고하지 않았었는데, 등판에 대한 선수의 의지가 강력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첫 타자 오재일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3루. 뒤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 3대4. SSG의 가을야구 꿈은 그렇게 사라졌고, KT는 포스트시즌 진출 후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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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후, 그날 수원 구장에서는 선수단 버스를 둘러싼 SSG 팬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감독을 향한 직접적 비난도 컸다. 김광현은 당시를 떠올리며 "제가 가장 죄송했다. 제가 나가서 (팬들께)좀 진정해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너무 오랜만이었기도 하고...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고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성적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팀이 수월하게 5강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만약'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김광현은 "제가 보통 정도만 했어도 아마 쉽게 올라갔을 것 같다. 3,4등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물론 만약은 없지만, 늘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제가 잘하면 팀도 우승하고, 그렇지 못하면 5강 안에도 못든다. 그래서 제가 (2024년에)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감독님도 처음 오시고, 변화되는 것도 많고, 또 오랜만에 10승을 못한 시즌(2023년)이었으니까. 내 욕심이 많았다"고 자책했다.
시즌이 끝난 후 아끼던 후배 오원석의 트레이드 소식도 충격이었다. 김광현이 비시즌마다 함께 훈련을 하기도 했던 오원석은 김민과의 1대1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김광현은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왜요?"하고 깜짝 놀랐던 그는 "너무 아깝잖아요. 저도 오원석이 못한건 인정하는데, 그 친구에게 들어간 시간과 공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 갔다와서까지는 봐야하지 않나 싶었다"며 속상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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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래도 김광현이니까'라는 책임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책임감이 너무 크다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날 때도 있다.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를 감안하면, 언제까지 에이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광현은 "제가 예전에는 외국인 선수들만큼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제가 외국인 에이스들을 받쳐주는 정도의 역할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제가 5선발이라고 하면, 그건 너무 편하게 가려는 것 같고 3선발 정도의 책임감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저와 (문)승원이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중간 투수들은 그래도 갖춰져있으니까 저와 승원이가 많이 버텨줘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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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국내 복귀 후 그의 4년 계약도 끝이 난다.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다른 팀으로 이적해본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고, 계약 마지막해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갭다 저는 주장을 맡은 게 걱정"이라며 웃었다. "미국 갔다가 돌아왔을때부터 지금까지 목표는 늘 200승이고, 그 200승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는 마음 뿐"이라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승리, 팀의 우승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제가 던지는 날도 아닌데 여전히 4,5회에 비기고 있고 중요한 순간이 되면 몸이 막 움찍움찔 한다. 그정도로 아직 승리에 대한 열망과 욕심이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한 200승은 저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런 기회가 꼭 주어졌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