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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시즌 성적은 가을야구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이 꼭 그렇다. 광주만 가면, KIA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그 좋은 흐름과 기운이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올시즌 광주 9경기에서 29타수11안타(0.379)1홈런으로 강했던 좋은 기억 속에 2번 타자로 전진배치됐다.
1,3회 첫 두 타석 땅볼에 그쳤던 김헌곤은 선두타자로 나선 6회 세번째 타석 만에 호투하던 KIA 선발 네일의 공에 적응했다. 2B2S에서 5구째 134㎞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스위퍼를 힘껏 밀었다. 파울이 될 것 처럼 보이던 타구는 휘어져 나가지 않고 오른쪽 폴대 안쪽에 안착했다. 1-0을 만드는 선제 솔로홈런.
"상대 투수(네일) 공이 좋았었고 두 번째 타석에 제가 득점권 찬스에서 좀 못 살려서 반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네일이 던지는 공을 다 생각하고 치기가 사실 불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코스랑 생각하고 있던 구질이 있었는데 마침 그게 왔어요. 잘 맞긴 했는데 파울이 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안으로 들어가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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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 중요한 역할을 김헌곤이 해냈다.
김헌곤의 홈런으로 흔들린 네일은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현식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볼 하나를 던진 뒤 비가 더 거세지자 경기가 중단됐고, 45분 후 심판위원들이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한 뒤 서스펜디드를 선언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서스펜디드가 결정된 뒤 아쉬움 속에서도 김헌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네일 선수 구위가 워낙 좋았어서 쉽지 않겠구나 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강민호가, 오늘은 우리가 결론은 못냈지만 김헌곤이 홈런으로 리드하고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어줬다. 확실히 KIA전에 강하구나 하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감탄했다.
정작 본인은 광주경기, KIA전에 강한 모습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솔직히 전혀 그런 건 생각을 안 하고 했고, 그냥 치르는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잘 하고 나면 그게 뭐 KIA전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김헌곤은 올시즌 KIA전 15경기에서 47타수19안타(0.404)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KIA에 4승12패로 고전했던 삼성 타선에서 군계일학이었다. 전반적으로 KIA 투수들에게 고전했지만, 김헌곤만 강했다. 그 모습을 1차전 부터 상대 에이스 네일을 상대로 입증했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야수로 경험하는 가을야구. 물 만난 듯 펄펄 날고 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1타수4안타(0.364) 2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 결정적인 투런홈런 두방으로 10대5 대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5경기에서 홈런만 벌써 3개째. 그중 2개는 밀어서 넘긴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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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지금 너무 정신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각오라기보다 그냥 하루하루 그냥 막 들이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헌곤의 첫 한국시리즈 활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당장 23일로 연기된 2차전 KIA 선발이 유력한 '대투수' 양현종 공략의 선봉에 설 전망.
김헌곤은 올시즌 양현종을 상대로 12타수4안타(0.333) 1홈런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강한데 양현종에게도 약하지 않았다.
가을야구만 되면 나타나는 소위 '미치는 선수'. 이번에는 김헌곤이다. 예열을 충분히 마쳤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