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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고의 축제 한국시리즈가 1차전부터 비로 엉망이 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밤이 깊을수록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 속에서 내린 무리한 경기 진행이 포스트시즌 사상 첫 서스펜디드 게임을 불렀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경기 직전 부터 내린 비로 방수포가 3차례나 깔렸다 걷혔다를 반복했다. 비가 살짝 약해지자 66분이나 지연된 오후 7시36분에 개시됐다.
밤 늦게 더 많은 비가 예보돼 있는 상황 속에서 경기감독관의 경기 강행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만원관중이 모두 입장한 상황이라 선뜻 우천 순연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 결정이 결국 사상 초유의 가을야구 서스펜디드를 불렀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경기는 하루 뒤인 22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다.
1차전이 마무리 된 뒤 1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이 시작된다. 1차전 관중은 해당 티켓으로 22일 열리는 서스펜디드 잔여 1차전에 입장이 가능하다. 1차전이 끝나고 관중이 모두 나가면, 2차전 관중이 입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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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네일 vs 삼성 원태인의 에이스 선발 맞대결. 경기는 5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흘렀다.
5회부터 비가 거세졌다. 6회초 마운드에 오른 네일이 비로 물러진 마운드를 지적했고, 마른 흙을 뿌린 채 경기가 이어졌다.
1,3회 첫 두 타석 땅볼에 그쳤던 삼성 선두타자 김헌곤은 2B2S에서 네일의 5구째 134㎞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스위퍼를 힘껏 밀었다. 파울이 될 것 처럼 보이던 타구는 휘어져 나가지 않고 오른쪽 폴대 안쪽에 떨어졌다. 뒤늦게 함성이 터졌다. 1-0을 만드는 선제 솔로홈런.
김헌곤의 홈런으로 흔들린 네일은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현식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에서 볼 하나를 던진 뒤 비가 더 거세지자 21시24분 경기가 중단된 뒤 45분 후인 오후 10시9분 심판위원들이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한 뒤 일시중단 게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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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팀 삼성이 6회 1-0을 만들었고, 홈팀 KIA가 6회말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라 강우콜드게임이 아닌 일시정지 게임이 성립됐다.
'정식경기' 성립 요건을 규정한 야구규칙에 따르면 '원정팀이 동점 또는 리드하는 득점을 초공격에서 기록한 뒤, 홈팀이 말공격에서 득점하기 전에 콜드게임이 되거나, 또는 홈팀이 득점해도 동점이 되기 전이나 다시 리드를 빼앗기 전에 콜드게임이 된 경우는 일시정지 게임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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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이전에 점수가 났다면 강우콜드승리로 1차전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6회초에 첫 득점이 난 부분이 아쉬웠다. 삼성은 1회초 2사 2,3루, 3회 1사 3루 선취점 기회를 후속타 불발로 놓친 바 있다.
비와 잘못된 판단이 만든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경기. 삼성이 조금 더 불리해질 전망이다.
삼성은 에이스 원태인이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크다. 원태인은 이날 5회까지 2안타 4사구 2개,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5회를 단 66구로 마친 상황. 경기가 이어졌다면 최소 6회, 길게는 7회까지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반면, 부상에서 복귀한 KIA 선발 네일은 예정된 70구를 넘긴 76구를 던지고 5이닝 4안타 1실점 상황에서 이미 마운드를 내려간 터.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서스펜디드 결정 후 우중 경기 강행에 불만을 토로했다. "시즌 중에도 잘 안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해서 많이 당황스럽다. 요즘에는 훨씬 정보력(날씨)이 잘 갖춰져 있는데, 시작할 때부터 그런 부분이 걱정됐었다. 선발 투수를 쓰고 중간에 끊기는 걸 걱정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원태인이 오늘 정말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투구수도 그렇고.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다음날 투수 운용에 대해서는 "우선 들어가서 고민을 하고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우선 원태인은 못 쓰는 상황이 생긴거다. 홈런으로 흐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끊겼기 때문에. 공격쪽에서도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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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약한 불펜을 투입해야 하는 삼성으로선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반드시 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상황에 따라 삼성은 좌완 이승현 등을 투입하는 승부수로 1차전 승리잡기에 사생결단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불리해진 삼성의 반전은 22일에도 예보된 비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2일에도 오전부터 광주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다. KBO가 서스펜디드 게임 재개로 예정한 오후 4시엔 시간당 1㎜의 제법 많은 비가 내릴 전망.
KBO 관계자는 "만약 6회말을 소화한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 강우콜드로 경기는 성립되어 종료된다"고 밝혔다. 결국 22일 경기가 재개되는 시점에 또 비가 오고, 삼성이 6회말 수비에서 KIA를 잘 막아내면 강우 콜드승을 거둘 수 있다. 날씨와의 싸움. 양 팀 벤치의 수 싸움이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