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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가 지난 겨울 오타니 쇼헤이를 잡지 못한 것은 결국 예산 부족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인절스가 돈이 부족해 FA 시장에 나간 오타니를 잡을 수 없었고, 2023년 시즌을 앞둔 시점부터 그해 여름까지 여러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다는 것은 현지 매체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모레노가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레노는 정말 오타니를 잡을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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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유예를 하더라도 향후 부담해야 하는 페이롤과 사치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오타니와 거액 계약을 추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SI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선수노조의 현가 계산은 두 가지 방식인데, 사치세 방식을 따르면 오타니 계약 총액의 현가는 4억6081만4756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오타니도 에인절스에 남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이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인절스는 2019년 3월 말 트라웃과 12년 4억265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 2019~2030년까지 연평균 3554만달러를 줘야하는 거대 계약이었다. 뒤로 갈수록 연봉이 높아지는 구조라 올해부터 2030년까지 7년간 평균 연봉은 3710만달러다.
이어 에인절스는 2019년 12월 당시 FA 최고의 3루수로 꼽히던 렌던을 7년 2억4500만달러에 영입했다. 2020~2026년까지 연평균 35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데, 트라웃과 마찬가지로 계약 후반에 높은 연봉이 책정돼 있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평균 3850만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올해만 따지면 트라웃과 렌던, 2명에만 7560만달러의 연봉을 지급했다. 에인절스 올해 페이롤의 약 40%에 해당한다. 만약 다저스와 같은 조건으로 오타니와 계약했다면 올해 사치세 기준으로 정산되는 오타니의 연봉은 4600만달러다. 즉 트라웃, 렌던, 오타니, 3명의 합계 연봉만 1억200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모레노에게는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에인절스는 불행히도 트라웃, 렌던과 메가톤급 계약을 맺은 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둘 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예정된 팀 경기에 출전한 비율이 트라웃은 2019년부터 7년간 52%, 렌던은 2020년부터 5년간 35%에 각각 그쳤다.
모레노 구단주는 '트라웃과 렌던과 맺은 2개의 거대한 악성 계약 때문에 오타니를 놓쳤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