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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LA 다저스의 운명이 3차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로서는 위기다. 만약 3차전마저 내준다면 벼랑 끝에 몰리는 신세가 된다.
3차전 다저스의 운명을 짊어진 선발투수는 워커 뷸러다. 한때 다저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던 불러는 2022년 8월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기나긴 재활의 터널로 들어갔다. 그가 복귀한 것은 지난 5월 초다. 하지만 복귀전서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4이닝 6안타 3실점으로 부진하더니 들쭉날쭉 피칭으로 일관하다 6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서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뒤 오른쪽 엉덩이 염좌 증세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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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칭은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이라고 봐야 한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뷸러는 7이닝 2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며 빅게임 피처의 서막을 알렸다. 연장 18회 승부 끝에 다저스는 2대3으로 패했지만, 뷸러라는 신예 에이스 탄생에 환호했다.
당시 뷸러가 7회초 JD 마르티네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치면서 마운드를 내려갈 때 포수 뒤쪽 내야석 맨 앞에 앉아있던 샌디 코우팩스가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낸 장면은 여전히 유명하다. 1960년대 다저스 에이스로 사이영상을 세 차례 수상하고, 두 번의 월드시리즈 MVP에 오르며 '신의 왼팔(The Left Arm of God)'이란 칭호를 얻은 머리 희끗한 83세 레전드가 열광한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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뷸러는 8일 팀 훈련 마치고 가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빅게임 피처라는 별명에 대해 "그게 바로 내가 신경쓰는 것이다. 우리는 매년 이런 경기를 한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모든 팀들은 분수령이 되는 경기, 시리즈를 결정짓는 경기를 하게 된다. 나도 그런 경기 중 하나에 나가는 것 뿐이다. 6차전이든, 7차전이든, 3차전이든 이런 경기들을 난 다 던져 봤다. 하지만 난 그런 것에 얽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나가서 퀄리티스타트를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다저스는 올시즌 내내 불안한 로테이션을 가지고 레이스를 펼쳤다. 부상자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다저스 선발진 중 정규시즌을 채운 투수는 한 명도 없다. 뷸러도 부상을 당한 투수였다.
그 여파가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2차전서는 잭 플레허티가 5⅓이닝 5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이제는 뷸러를 믿을 수밖에 없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뷸러가 3차전에 딱 어울리는 투수라고 생각하는 건 과거에 이런 경기에서 잘 던졌기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빅게임 피처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렇게 잘 던져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투수가 바로 워커 뷸러다. 내가 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다 봤다"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만약 뷸러마저 무너진다면 다저스의 가을야구,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만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의 가을야구는 종말에 가까워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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