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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현역들 가운데 포스트시즌을 한 번도 뛴 적이 없으면서 정규시즌 출전이 가장 많은 선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격수 닉 아메드다.
아메드 다음으로 '포스트시즌 무경험-정규시즌 최다 경기 출전' 2위의 기록이 바로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데뷔해 30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까지 875경기에 출전했다. 그 사이 한 차례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은 적이 없다. 올해 비로소 첫 포스트시즌을 앞둔 몸이다.
오타니는 올시즌 역대 타자로는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상을 펼치며 생애 세 번째 MVP를 사실상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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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2021년, 2023년 두 차례 MVP에 올랐는데, 모두 만장일치였다. '투타 겸업' 신화를 쓴 덕분이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타석에만 섰다. 수비는 하지 않고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이 때문에 MVP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압도적인 공격 수치와 누구도 이루지 못한 금자탑을 세우며 투표권을 가진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의 의심을 말끔히 불식시켰다.
미국 야구 역사상 한 시즌 50홈런-50도루 기록은 오타니가 처음이다. 400루타는 스테로이드 타자들이 득세했던 2001년 이후 23년 만에 탄생한 티 한 점 없는 순수한 이정표다. 다저스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bWAR(9.2), fWAR(9.1) 모두 NL 1위다. 베이스볼레퍼런스가 서비스하는 통계 항목 45개 중 절반이 넘는 25개 부문서 NL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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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타자는 MVP가 돼서는 안된다'는 그 동안의 인식을 완벽하게 깨부순 활약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역사상 최초의 지명타자 MVP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에도 만장일치가 유력하다. USA투데이 밥 나이킹게일 기자는 이날 올해 개인 타이틀 수상자를 예상하면서 '2~3주 전 뉴욕 메츠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MVP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바보같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오타니는 홈런을 치고 도루만 하는데 린도어는 수비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직도 그런 논쟁을 하려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오타니의 만장일치 MVP를 기정사실로 봤다.
지난 21일에는 LA 타임스 칼럼니스트 빌 플라슈케가 '오타니는 만장일치로 MVP가 돼야 한다. 물어볼 것도 없고 피할 일도 아니다'면서 '오타니 말고 다른 선수를 MVP라고 생각하는 투표권자가 있다면 그의 기자 출입증 발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MVP를 예약하고 포스트시즌을 앞둔 오타니의 심정은 어떨까.
오타니는 이날 콜로라도전을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올해 팀을 옮겼지만, 게임에 임하는 나의 자세는 변한 게 없다. 일부러 안타를 치려고 하지 않았지만, 매 타석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시즌 후반 타격이 더 좋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규시즌이 이제 끝났다. 시즌 누적 성적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포스트시즌 내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저스는 NL 와일드카드 1-2위팀간 와일드카드시리즈 승자와 6일부터 5전3선승제 디비전시리즈로 올 가을야구를 시작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