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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희망은 찾았다. 하지만 내년 전력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검증된 선수들로 가득한 불펜이 무너졌다. 프로야구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시즌 초와 막판, 그렇게 잃은 경기들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롯데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였던 2001~2007년 당시 롯데의 순위는 8-8-8-8-5-7-7. 최근 6년간 롯데의 순위는 7-10-7-8-8-7이다. 올해 순위는 아직 미정이지만, 지긋지긋한 7, 8위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상황.
로이스터-양승호 감독이 지휘한 2008~2012년에는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모처럼 '안정적인 강팀'으로 자리잡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조원우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7년 단 한해 뿐이다. 올해까지 무려 12년간 단 1번 진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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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올시즌 초 부진으로 잃은 승수를 아쉬워하기도 어렵다.
KT는 매년 승패마진 -13, -14까지 추락하는 부진을 겪고도 여름을 지나며 귀신같이 부활, 가을야구에 이름을 올린다. 고비 때마다 롯데의 발목을 잡는 천적 관계는 덤. 만약 올해 SSG 랜더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5위를 사수할 경우, 최근 5년간 순위는 3-1-4-2-5위다.
NC는 거듭된 수도권 강세 속 지방팀의 희망이었다. 올 한해 미끄러졌을 뿐이다. 우승이 없는 키움조차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뛴 7시즌 중 6차례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반면 롯데는 메이저리거 이대호 복귀 이후 6년간 단 1번 진출에 그쳤다.
올해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희망찬 한해를 꿈꿨다.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자타공인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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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부터 불펜진이 흔들리며 8승21패1무라는 충격적인 추락을 경험했다. 5~6월 27승19패2무로 만회에 성공했기에 더욱 아쉬운 시즌초다.
이후에도 롤러코스터마냥 기복이 거듭됐다. 7월에는 6승14패로 주저앉았다가 다시 8월에는 14승8패로 반등했다. 9월에는 다시 8승10패1무로 무너졌고, 결국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초중반에 잃은 승수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선수단 전체에 피로감이 가중된 모양새다.
나균안은 개인사로 인한 치명적 부진에 시달렸고, 이인복은 1군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 자리를 김진욱 정현수 등 젊은 선수들로 메웠지만, 시즌 중반까지 사실상 5선발 자리를 돌려막는 고전을 거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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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김원중은 시즌 전반적으로는 잘 버텼지만, 7월 한달간 평균자책점 11.05, 2패 4블론의 흔들림이 팀에 치명적이었다. 그 결과는 무려 38번,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올해 롯데의 선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은 21.36으로 10개 구단 중 최고다. 윌커슨은 로테이션 한번 거르지 않고 역투했고, 반즈는 부상 공백을 제외하면 호투의 연속이었다. 선발 WAR 부문 전체 1~2위를 두 선수가 독식한 모습. 박세웅 역시 오르내림은 심했지만, 잘 던질 때는 잘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 4.73은 아쉽지만, 변함 없이 167⅓이닝을 책임졌고, 9월 한달간 4경기 26⅓이닝 평균자책점 2.05의 호투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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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역시 '예비 FA' 김원중-구승민의 잔류 여부, 한살씩 더 먹을 베테랑들 등 산더미 같은 숙제가 쌓여있다.
희망이 있다면 리빌딩이 진행된 타선이다. 롯데는 올해 팀타율 2할8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778로 리그 상위 타선 재건에 성공했다. 손호영은 타율 3할2푼4리 18홈런 OPS 0.914로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렸고, 윤동희-나승엽-고승민도 OPS 0.850 안팎의 눈부신 성적을 남기는 등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넷의 홈런을 합치면 50개에 달한다. 황성빈도 '대주자용'이란 꼬리표를 떼고 3루타 8개(전체 2위, 1위 김도영 9개)를 기록할 만큼 자신의 스피드를 활용하는 중거리 타자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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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롯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김태형 감독이 취임식에서 약속했던 '부임 첫해 가을야구'의 목표는일단 달성하지 못했다. 다음 약속은 계약기간(2026년)내 우승이다.
최소한의 퍼즐은 맞췄다. 내년에는 최소 가을야구, 향후 챔피언 컨텐터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령탑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