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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넌 지금 쉴 때가 아니지 않나?"
신혼인 한현희(31)에겐 모처럼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이었다. 이해 1월 결혼한 직후 FA 계약을 하고, 스프링캠프를 가면서 곧바로 시즌에 돌입했던 그다.
2012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첫 시즌을 치렀지만, 생애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8경기에 등판, 6승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에 그쳤다. 커리어로우다. 2년 연속 하락세다. 구속 하락은 물론 장점이던 커맨드마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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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의 프로 인생은 다이어트와의 전쟁이었다. 지난해에는 계약 직후 8㎏ 감량한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김태형 감독의 전화 한통에 2주 휴식 후 다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비활동기간 동안 처가에 며칠 다녀온 기간을 제외하면 부산에 머물며 운동에만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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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끝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다. 감독님께서 '넌 쉬면 안되는 거 아냐? 훈련 나와라' 하시더라. '예 맞습니다' 하고 바로 달려나갔다. 그때부터 운동량도 늘렸다."
한결 선이 드러난 얼굴이 눈에 띄었다. 한현희는 "난 언제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그게 처음으로 흔들린 시즌인 거 같다.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몸으로 느꼈다. 올해는 더 열심히 운동중이다. 운동량을 늘리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다"며 독해진 속내를 드러냈다.
오전 10시쯤 수영을 하고, 집에서 점심을 먹은뒤 12시쯤 사직구장에 출근해 다시 운동에 전념한다. 11월부터 계속된 한현희의 일상이다. 일본 돗토리의 월드윙 센터도 찾아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말 그대로 '간절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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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담이 왔었다. 정상적인 투구폼에선 홈을 보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세트 상태로 던지기도 했다. 박세웅-나균안이 다 빠졌고, 이인복 형은 오기 전이라 선발이 없었다. 운도 따르지 않고, 계속 꼬이기만 하더라. 억지로 던지다보니 투구폼도 이상해지고, 제구도 안되고. 결과적으로 내게도, 팀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되서 속상하다."
한현희가 돌아본 부진의 원인은 뭘까. 그는 "팀을 옮기면서 의욕만 넘쳤다. 솔직히 운동은 데뷔 이후로 가장 열심히 했는데…창피했다. 1년 내내 코치님들과 고민 진짜 많이 했다"면서 "다 핑계다. 내가 부족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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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내조 덕분에 힘을 낸다. 한현희는 "훈련은 계속하지만, 어떤 날은 웨이트하기 정말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내가 '훈련하자' 하면서 날 끌고 간다. 아내가 나보다 더 독하다"며 웃었다. 쉬는날은 둘이 가볍게 커피한잔 하는게 데이트의 전부다.
"롯데는 팬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낀 시즌이었다. 난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그래도 롯데엔 박세웅-김원중이 있지 않나. 두 사람을 도와서 올해는 잘해보겠다. 한현희의 승부욕을 성적으로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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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