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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와 사인한 7억달러 가운데 추후 지급액(deferrals)은 무려 6억8000만달러로 97.1%에 달한다.
2016년 1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7년 1억6100만달러에 FA 계약을 한 크리스 데이비스도 절반이 넘는 연봉을 추후 지급으로 설정했다. 당시 피터 안젤로스 볼티모어 구단주가 계산한 해당 계약의 현가(現價)는 1억1700만달러에 불과했다.
LA 다저스도 지난해 3월 FA 시장에서 프레디 프리먼과 6년 1억62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5700만달러를 추후 지급으로 묶어놨다. 현가로 따지면 당시 원소속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제시한 조건과 다르지 않았다. 프리먼은 나중에 애틀랜타의 최종 제안 조건을 전해듣고 에이전트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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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은 14일(한국시각) '오타니의 독특한 추후 지급 계약의 실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협상 실무진이 CBA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결과 다저스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CBA는 추후 보상의 양 혹은 추후 지급과 관련한 모든 보상의 비율에 재한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10년 7억달러를 계약기간 동안의 실제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현가 계산에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현가는 미래의 기대 이자율을 적용해서 역산해 산출한다.
CBA에 명시된 방법에 따라 오타니의 추후 지급액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결과 10년치 연봉 2000만달러와 합쳐 약 4억6081만4765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계약액이 명목 계약액의 65.8% 밖에 안되는 것이다.
경쟁 균형 세금, 즉 사치세 부과 대상이 되는 페이롤에는 현가로 계산된 금액을 산입한다. 다시 말해 다저스는 오타니 연봉에 대해 매년 4600만달러 정도를 페이롤로 산입하면 되는 것이다. 단순히 7억달러에 대한 평균 연봉 7000만달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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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의 추후 지급은 오타니가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오타니는 내년부터 10년 동안 20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데, 설마 그게 수입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연평균 2000만달러의 마케팅 수익을 올렸다. 대부분 광고 출연료다. 다저스에서는 매년 4500만달러의 가외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한다. 200만달러는 그저 용돈 수준이다. 그러니 97%나 되는 돈을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 오타니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이날 '다저스 구성원(personnel)에 특별한 변화(specific change)가 발생할 경우 선수는 해당 변화가 일어난 시즌 후 계약을 옵트아웃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특별한 변화란 리빌딩을 말함이다. 오타니가 손해보는 계약을 할 리 없다.
오타니 계약을 접한 한 에이전트는 ESPN에 "난 내 선수가 계약한 돈을 가능하면 빨리 받기를 원한다. 계약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 아닌가. 경제라는 건 침체될 수 있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침몰했다고 겨우 살아날 수 있는 것"이라며 "팬데믹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어차피 받을 돈 구단이 갖고 있는 것보다 선수가 갖고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모든 조건을 다 고려해 결정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