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연봉을 은퇴 후까지 나눠서 받는다? 초유의 후불 계약. KBO리그에서도 가능할까.
최대 6억달러라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 7억달러의 계약을 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계약 조건이다. 아직 자세한 세부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타니는 다저스와 연봉의 상당 부분을 추후에 지급받는 후지불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타니가 먼저 다저스 구단에 제안했다는 이 후지불 방식은, 연봉 총액의 일부를 은퇴 혹은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 받는 것이다. 구단은 최고 연봉 선수인 오타니에게 줄 연봉을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서 '할부'로 지급할 수 있고, 동시에 샐러리캡 운용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오히려 오타니를 보유하고도 또다른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오타니는 "내 연봉이 구단의 족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후불로 받아서 팀이 전력 보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오타니는 연봉 총액의 대부분을 후불로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
연봉 후지불 방식이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있는 계약 형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80년대부터 존재했고, 가장 유명한 사례가 뉴욕 메츠와 보비 보니야의 계약이었다. 보니야는 2001년 은퇴했지만, 72세가 되는 2035년까지 매년 연봉 119만달러(약 15억원)를 지급받고 있다. 또 다저스의 또다른 '슈퍼스타' 무키 베츠도 2044년까지 24년간 연봉을 나눠서 지급받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했다.
반대로 선수가 거절한 사례도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2018시즌 도중 소속 스타 브라이스 하퍼(현 필라델피아)에게 2072년까지의 지불을 보장하는 연장 계약을 오퍼했다. 만약 체결했다면 하퍼는 80세가 될 때까지 필라델피아로부터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퍼는 "65세가 넘어서까지 급여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거절했고 이후 팀을 옮겼다.
|
현재 체결되고 있는 대형 계약은 FA 계약 혹은 비FA 다년계약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KBO리그 역대 최고 규모 계약자는 포수 양의지다. 양의지는 1년전 친정팀 두산 베어스와 FA로 복귀 계약을 체결하면서 4+2년 최대 152억원으로 최고액 신기록을 다시 썼다.
양의지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첫 4년에 해당하는 계약금 44억원은 일시불로 지불을 받았다. 그리고 4년 동안 연봉 총액 66억원을 나눠서 지불 받는다. 4년 동안 보장받은 금액이 계약금, 연봉 포함해 110억원이다. 그리고 4번째 시즌이 끝나는 2026시즌 종료 후, +2년이 실현될 수 있는데 이 기간에는 서로 합의한 옵션에 따른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42억원을 받을 수 있다. 정확한 보장 금액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양의지의 계약 형태가 KBO리그에서는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다. 계약금 그리고 연봉과 옵션에 따른 인센티브로 구성된다. '추후 지불' 혹은 '은퇴 후 지불'에 대해서는 사례가 없었다.
KBO 관계자는 "현재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 통일계약서를 따라야 한다. 같은 양식을 적용한 계약서인데, 여기에는 돈을 받는 지급일을 명시해놨다. '매월 며칠'이 적혀있기 때문에, 후지불의 경우 관련 규정 등을 살피면서 논의를 해서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선수도 구단도 후지불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또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계약 규모 자체가 훨씬 적기 때문에 굳이 선수 쪽이 손해가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 선수들의 몸값이 점점 더 올라가고, 구단들도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원하며 선수들 역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연봉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장기 계약을 희망한다면 연봉 후지불 방식의 대형 계약이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