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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마치 2명의 오승환을 연달아 보는 것 같았다. KT 위즈의 불펜은 양보다 질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압도했다.
두번째 나온 투수는 플레이오프 시리즈 MVP. 손동현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손동현에게 무려 2이닝을 밀어부쳤다. 7회말 LG의 공격은 2번타자 박해민부터 중심 타선으로 이어졌다. 박해민-김현수-오스틴 딘까지 이어지는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손동현이 던진 공은 총 11개. 그중 오스틴에게 던진 3구째 직구가 살짝 빠진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10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였다.
박해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김현수는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후 오스틴까지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스틴을 상대할때는 스스로도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거침없이 꽂아넣었다. 유일하게 볼이 된 공도 아주 약간 빠진 아쉬운 공이었다. 마지막 4구째 145km 스트라이크를 꽂은 손동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벤치를 향해 들어갔다. 자기 공에 대한 확신 그 자체였다.
손동현이 최고의 구위로 LG 타선을 압도하면서 LG의 공격력이 차갑게 식었다. LG는 이날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쳤고, 또 KT가 중요한 찬스마다 불발탄을 터뜨리면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지만 경기를 완전히 뒤집지 못했다.
그리고 9회초 문상철의 역전타가 터진 후 KT가 다시 3-2 리드를 잡았다. 9회초 당시 KT의 불펜에는 셋업맨 박영현과 마무리 김재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올해 KT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라이징스타'와 정규 시즌 32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마무리가 동시에 등판을 준비했다.
아쉽게 KT의 공격이 단 1점으로 끝난 9회말. 이강철 감독은 세이브 상황에서 김재윤이 아닌 박영현을 택했다. 차가울정도로 냉철한 선택이었다. 보통 '정도'라면 마무리 김재윤을 올려 세이브 기회를 챙기게끔 하는 것이 맞겠지만, 한국시리즈는 더 분명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구위가 압도적인 박영현이 마무리를 하는 것이 더 맞다는 판단이었다.
박영현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LG는 마지막 3명의 타자 문성주-신민재-홍창기가 제대로 타구를 날려보지도 못하고 경기가 끝났다. 박영현은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 없이 돌직구를 뿌렸다.
마치 '리틀 오승환'을 2명 연속으로 보는듯 한 1차전이었다. 설령 KT가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동현과 박영현의 발견은 올해 최고의 수확이다.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을 먼저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고정된 마무리 없이 가려고 했다. 오늘은 연장전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투수 전문가의 냉정한 판단이 1차전 깔끔한 승리를 가져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