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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후반기 실종... 위기, 위기, 위기를 버티고 버틴 기적이었다[SC초점]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10-03 21:08 | 최종수정 2023-10-03 22:02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두산전. LG가 7대4로 승리했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1/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승리한 LG 고우석이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19/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1,3루 LG 문보경이 스리런포를 치자 염경엽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19/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994년 이후 무려 29년만에 안아보는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팀의 레전드인 이병규, 박용택도 끝내 가져보지 못했던 우승이라는 영광이기에 더 값지고 뜻깊다.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리고 9경기를 남겨놓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LG 트윈스는 시작할 때부터 위기였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까지 어려움을 헤쳐가며 승리를 쌓았다.

우승을 위해 2021년 3위, 지난해 정규시즌 2위의 성적을 올렸던 류지현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염경엽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승후 3연패로 한국시리즈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염 감독은 특유의 공격적인 디테일 야구로 우승을 향한 야구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공격에서 LG는 문제가 별로 없었다. 지난해 4번 타자였던 채은성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공백을 메우는 것이 숙제였지만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잘 메웠다. 오스틴은 3일까지 타율 3할1푼, 154안타, 22홈런, 92타점을 기록해 홈런 공동 3위, 타점 2위의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반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베테랑 김민성이 유격수로 깜짝 활약하며 공백을 잘 메웠고, 이후 주전들이 큰 부상없이 강타선을 유지했다.

출루왕-득점왕의 2관왕 등극이 유력한 홍창기에 대주자에서 2루수 주전이 되더니 도루왕이 눈앞에 있는 신민재 등 타이틀 홀더도 배출한다. 팀타율 2할8푼1리로 전체 1위에 733득점으로 득점도 1위를 달린다. 득점권 타율 2할9푼8리로 KIA 타이거즈(0.300)에 이어 2위다.

사실 염 감독에게 가장 큰 숙제는 마운드였다. 시즌전 국내 선발진을 만들어야 했고, 아시안게임에 세이브왕 고우석과 홀드왕 정우영이 빠지는 것을 대비해 불펜진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에 43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이중 투수만 26명 데려갔다. 이것이 결국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빠진 LG 마운드를 구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WBC에 참가했던 고우석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 던질 수 없었고, 정우영은 부진했다. 여기에 마무리를 맡겼던 이정용마저 지난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염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시즌 초반 경험을 쌓게 하려던 백승현 유영찬 박명근 등을 빠르게 필승조로 썼고, 여기에 건강하게 돌아온 함덕주를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빠르게 불펜진을 안정시켰다.

선발도 문제였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으로 국내 선발진을 짰지만 여의치 않았다. WBC를 다녀온 김윤식은 기복이 심했고, 이민호는 부상으로 빠졌다. 강효종은 기대한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붙박이 선발이었다가 올시즌 롱릴리프로 물러난 임찬규가 대체선발로 나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활력소가 됐다. 여기에 이지강과 상무에서 돌아온 이상영 등을 투입시키며 버텼다.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가 10대0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LG 선수들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01/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0회말 2사 1.2루 LG 박해민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8.31/

우승후보의 쉬운 우승? 무슨 소리. 세이브왕 부상→국내 선발 붕괴→외국인…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SSG전. 12회초 2사 2루 정주현이 투런포를 친 후 감독, 코치, 선수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8.18/
그런데 후반기엔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부상으로 빠졌다. 전반기에만 11승1패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플럿코는 후반기에 감기에 코로나19 확진으로 던지지 못하더니 이후 좌측 골반뼈 타박으로 다시 이탈했고, 결국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결국 외국인 투수는 케이시 켈리 1명만으로 후반기를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LG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정용이 에이스 역할을 하며 후반기를 이끌었고, 2군에서 다시 추스린 김윤식이 올라와 안정적인 피칭을 하면서 간신히 선발진이 돌아갔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버티고 버텼고, 막강한 불펜, 최강 타선과 함께 1위를 만들었다.


선장 염경엽 감독이 큰 파도 속에서도 거함 LG를 우승이라는 섬까지 이끌 수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된 2013년에 만년 하위팀인 넥센을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더니 2014년엔 정규리그 2위까지 올려놓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뤘다. 2016년엔 강정호와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도 디테일 야구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2018년엔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업셋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염 감독은 2019년 SK 와이번스 사령탑을 맡아서는 1위를 달리다가 두산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고, 2020시즌엔 꼴찌까지 떨어졌고, 경기중 쓰러지는 충격적인 일까지 겪는, 감독으로서 가장 밑바닥을 경험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며 그것을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은 염 감독은 그 경험들을 LG의 우승에 모두 쏟아 부었고, 숱한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자신의 꿈과 LG의 꿈을 이뤄냈다.

올해도 우승 후보라는 기대속에서 출발해 시즌 내내 우승이라는 부담을 안고서 경기를 해야했던 LG는 이제 남은 9경기는 우승 팀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뛸 수 있게됐다. 135경기를 치열하게 뛴 자랑스런 결과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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