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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994년 이후 무려 29년만에 안아보는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팀의 레전드인 이병규, 박용택도 끝내 가져보지 못했던 우승이라는 영광이기에 더 값지고 뜻깊다.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리고 9경기를 남겨놓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루왕-득점왕의 2관왕 등극이 유력한 홍창기에 대주자에서 2루수 주전이 되더니 도루왕이 눈앞에 있는 신민재 등 타이틀 홀더도 배출한다. 팀타율 2할8푼1리로 전체 1위에 733득점으로 득점도 1위를 달린다. 득점권 타율 2할9푼8리로 KIA 타이거즈(0.300)에 이어 2위다.
사실 염 감독에게 가장 큰 숙제는 마운드였다. 시즌전 국내 선발진을 만들어야 했고, 아시안게임에 세이브왕 고우석과 홀드왕 정우영이 빠지는 것을 대비해 불펜진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에 43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이중 투수만 26명 데려갔다. 이것이 결국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빠진 LG 마운드를 구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WBC에 참가했던 고우석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에 던질 수 없었고, 정우영은 부진했다. 여기에 마무리를 맡겼던 이정용마저 지난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염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시즌 초반 경험을 쌓게 하려던 백승현 유영찬 박명근 등을 빠르게 필승조로 썼고, 여기에 건강하게 돌아온 함덕주를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빠르게 불펜진을 안정시켰다.
선발도 문제였다.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으로 국내 선발진을 짰지만 여의치 않았다. WBC를 다녀온 김윤식은 기복이 심했고, 이민호는 부상으로 빠졌다. 강효종은 기대한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붙박이 선발이었다가 올시즌 롱릴리프로 물러난 임찬규가 대체선발로 나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활력소가 됐다. 여기에 이지강과 상무에서 돌아온 이상영 등을 투입시키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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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염경엽 감독이 큰 파도 속에서도 거함 LG를 우승이라는 섬까지 이끌 수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된 2013년에 만년 하위팀인 넥센을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더니 2014년엔 정규리그 2위까지 올려놓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뤘다. 2016년엔 강정호와 박병호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도 디테일 야구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2018년엔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업셋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염 감독은 2019년 SK 와이번스 사령탑을 맡아서는 1위를 달리다가 두산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고, 2020시즌엔 꼴찌까지 떨어졌고, 경기중 쓰러지는 충격적인 일까지 겪는, 감독으로서 가장 밑바닥을 경험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며 그것을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은 염 감독은 그 경험들을 LG의 우승에 모두 쏟아 부었고, 숱한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자신의 꿈과 LG의 꿈을 이뤄냈다.
올해도 우승 후보라는 기대속에서 출발해 시즌 내내 우승이라는 부담을 안고서 경기를 해야했던 LG는 이제 남은 9경기는 우승 팀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즐거운 마음으로 뛸 수 있게됐다. 135경기를 치열하게 뛴 자랑스런 결과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