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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5년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는데 대표팀 감독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가서 혼쭐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다.
당시 손혜원 의원은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발언을 했다.
대만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강했고, 일본은 한국의 실업야구라 할 수 있는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구성돼 출전해 왔기 때문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도 지고 일본에도 져 동메달에 그쳤지만 이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당시의 경각심은 또 사라졌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돈을 많이 버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대회로 인식되면서 타 스포츠팬들의 저격대상이 됐다. 그리고 KBO는 당시 국정감사 등으로 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24세 이하의 유망주들을 위주로 한 젊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그 변화된 대표팀 구성의 첫 적용 사례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내내 역대 '최약체'라는 말이 나왔다.
야구 잘하는 베테랑들이 다 빠졌으니 당연한 평가였다. 대만과 일본에 대한 전력분석을 하고 돌아온 이후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다. 특히 대만 전력이 좋다는 평가에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본은 항상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을 해왔기 때문에 전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대만은 상황에 맞게 대표팀을 꾸려왔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대만, 미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총출동해 최강 전력을 꾸려 나왔고, 한국을 이기며 금메달을 땄다. 대회 때마다 구성할 수 있는 전력이 달라지긴 했고, 그래서 전력에서 차이가 났지만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한 대표팀을 뽑아서 참가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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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결승전서 거의 졌다가 8회에 가까스로 역전승을 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대만과의 첫 경기에선 패했다. 결코 쉽지 않은 대만전이었다. WBC에서도 진 기억이 있다. 이번까지 대만전 3연패다.
최근 대만리그에서 던지다가 KBO로 온 외국인 투수 중에서 좋은 피칭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아리엘 미란다는 2021시즌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1984년 고(故) 최동원이 보유한 223개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무려 37년만에 갈아치우며 MVP에 올랐고, 숀 모리만도는 시즌 중 SSG 랜더스에 와 12경기서 7승1패 평균자책점 1.67의 뛰어난 피칭으로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일조했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대체 선수로 5승3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가 재계약에 실패하고 대만리그에서 뛰었던 브랜든 와델은 시즌 중 다시 두산에 왔는데 더 좋아진 피칭을 하고 있다. 16경기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 중이다.
이제 대만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는 한국리그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씩 증명되고 있다. 대만리그의 수준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 그것은 곧 한국의 야구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수준을 스스로 낮췄다. 그리고 그 첫 결과는 대만전 0대4 참패였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으니 예단하기 이르다. 이 대만전이 나중 결승전 금메달이라는 감동의 드라마로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시안게임 대표단에도 누가 되는 일이고, 이들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면 구단에도 손해다. 당장 이들이 뛰지 못해 패하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이들이 군대에 가는 1년 반이라는 시간 역시 팀에겐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또 한번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을 잠재우느라 부랴부랴 세운 대책이 5년 뒤 더 큰 여론의 뭇매로 돌아왔다.
정답은 이길 수 있는 최고 전력의 대표팀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