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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와, 몇 년 만인지."
두산은 최원준, KIA를 황동하를 선발 투수로 예고하면서 3연전 경기를 준비했지만, 예보에도 없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로 생각하며 잦아들길 기다렸지만, 빗줄기는 세차게 한 시간 넘게 퍼부었다.
경기 개시 시간을 약 25분 넘기도록 비는 줄기차게 됐고, 결국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전광판에 '우천 취소' 공지가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아쉬움 가득한 탄성이 쏟아졌다.
홈팀 두산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KIA도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라운드를 덮은 방수포. 홈팀 두산 선수들은 방수포가 깔린 내야를 한 바퀴 돈 뒤 홈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우천 취소'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우천 취소의 또 하나 볼거리. 많은 경우 팀 내 막내급 선수들이 하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고참급 선수가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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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마친 이들은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시원하게 물 웅덩이를 가르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이들은 모두 "몇 년 만에 우천 취소 세리머니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웃었다. 양석환은 "너무 오랜만에 슬라이딩을 했더니 배가 아프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고참 선수들의 우천 취소 세리머니는 양석환의 아이디어였다. 양석환은 "지난번에 한 차례 취소됐을 때는 어린 선수들이 했다. 그래서 다음에 취소가 되면 우리가 직접 하자고 이야기했다"라며 "경기가 취소된 아쉬움이 큰 만큼, 조금이라도 더 볼거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공약에 후배 선수들은 이들을 붙잡고 그라운드로 밀어넣으면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줬다.
반응은 뜨거웠다. 팬들은 팀 내 간판 선수인 이들의 세리머니 모습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일찌감치 더그아웃으로 대피한 후배 선수들은 웃으며 이를 지켜봤다.
시즌 막바지 '가을야구 막차'를 위한 치열한 경기는 잠시 쉬어가게 됐지만, 선수와 팬 모두 잠시나마 웃을 수 있던 순간이 됐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