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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 심하고 제구도 좋지 않았다"는 류현진 동기. 약점을 노력으로 극복, 112승-1413탈삼진. 조용했던 한 줄 은퇴[무로이칼럼]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3-09-04 14:05 | 최종수정 2023-09-05 11:50


"기복 심하고 제구도 좋지 않았다"는 류현진 동기. 약점을 노력으로 극복…
차우찬. 스포츠조선DB

지난 8월 17일 롯데 자이언츠는 왼손 투수 차우찬(36)의 현역은퇴를 발표했다. 2021년 9월에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을 해왔지만 100% 회복에 이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1987년생, 2006년 프로입단의 차우찬은 같은 좌완투수인 류현진(토론토)과 동기다.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이 1년 후배다. 차우찬은 신인시절부터 각광을 받은 그들보다 늦게 출발을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 두 구단에서 통산 112승, 탈삼진은 KBO 역대 10위인 1413개라는 큰 기록을 세웠다.

차우찬은 처음부터 선발로 활약한 투수가 아니었다. 중간투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선발에 전환. 다시 릴리프 투수를 맡은 뒤 선발로 에이스까지 올라가게 됐다. 차우찬은 "세 선수(류현진, 김광현, 양현종)를 보면서 저도 선발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실력이 모자랐습니다. 조금씩 경험을 쌓고 경쟁을 하면서 선발 자리를 잡았습니다"라고 젊었을 때를 회고했다.

차우찬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서 20대 후반에 터득한 구종이 스플리터(본인말로는 체인지업)였다. 차우찬은 "왼손투수는 우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이 필요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계속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불펜 투수로 던질 때는 체인지업에 자신이 없어 못던졌습니다. 완전히 선발투수가 되고나서 여유가 생기고 편하게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손에 많이 익은 것 같습니다"라고 스플리터에 대한 얘기를 했다.

차우찬의 스플리터는 손가락을 완전히 끼는 게 아니라 깊은 투심정도의 그립으로 던졌다. 그 구종 덕분에 투구 패턴의 폭이 넓어진 차우찬은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도 있게 됐고, 2015년에는 194개의 탈삼진으로 탈삼진왕에 올랐다.

"기복이 워낙 심하고 제구도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고 겸손하게 자신을 뒤돌아 보는 차우찬. 그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타자를 처리하는 모습이 뛰어난 투수였다. 그것도 중간투수로서 위기관리 능력의 산물이었다.

차우찬은 견제능력도 좋았다. 2016년 8월 4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무려 3번의 견제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차우찬은 견제동작에 대해 "퀵모션이 빠르지 않아 견제를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삼성 시절에 계셨던 전병호 선배가 견제를 잘하셔서 키킹이나 고개 움직임을 많이 배우고 캠프에서 많이 연습했습니다"라고 견제를 잘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차우찬은 항상 약점을 노력을 통해 극복해 대표팀에 꼭 필요한 투수까지 됐다.

차우찬은 WBC, 프리미어 12에 두 차례씩,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그런 큰 무대에서도 다양한 보직 경험이 도움이 됐다. "국제대회때 역할은 전부 다 중간이었습니다. 중간으로 프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몸을 빨리 풀고 편하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차우찬의 사실상 마지막 피칭은 2021년 8월 7일 도쿄올림픽 3위 결정전인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구원 등판이 됐다.


일본이라면 차우찬급의 선수가 은퇴선언하면 바로 기자회견이 열리는데 한국의 경우 코멘트 발표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올해 이적한 롯데에서는 등판이 없어서 그런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삼성이나 LG팬 앞에서는 차우찬이 고별인사를 할 기회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올시즌 양 팀의 대결은 9월 28일 잠실에서 한 경기만 남아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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