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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년 차' 감독이 만들어낸 연승의 역사. 쌓은 승수는 같지만, 과정에서 나온 온도만큼은 확실하게 달랐다.
시즌 초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외국인 투수의 발빠른 교체 등으로 분위기를 반등한 두산은 지난 1일 울산 롯데전부터 25일 잠실 롯데전까지 11연승을 달렸다.
11연승은 두산 창단 최다 연승이다. 10연승도 2000년 김인식 감독, 2018년 김태형 감독 두 명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다.
2008년 롯데는 돌풍의 팀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만년 하위팀에 머물면서 패배 의식이 깔려있던 롯데에 '노 피어(NO Fear)'를 내걸었다.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있게 경기에 나서라는 의미였다.
조금씩 전력 안정화를 찾은 롯데는 2008년 7월27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부터 9월2일 부산 LG 트윈스전까지 11연승을 달렸다. 그해 69승57패로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며 8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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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질주와 함께 '구도(球都)' 뜨겁게 달아 올랐다. 당시 롯데 주장으로 있던 조성환 두산 코치는 "2008년에는 부산이 야구 열기로 가득찼다. 선수들도 그 열기를 받아서 '한 번 붙어보자'라는 생각이 강했고,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고 떠올렸다.
반면, 두산은 11연승 기간 동안 '냉정' 그 자체였다. 이 감독이 "분위기가 업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 두산 관계자들 역시 '연승 비결'에 대한 질문에 "연승이라고 분위기가 뜨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장' 허경민은 11연승 후 두산 분위기에 대해 "아직 1위를 한 게 아니다. 연승은 과정일 뿐"이라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두산이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도 진출하고, 2022년에는 9위로 마치는 실패도 맛봤다. 선수들도 지금의 연승에 취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 역시 "연승을 위해서 무리하게 선수를 기용할 생각은 없다"며 "순리대로 가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구단 역사를 쓰는 11연승 기간 동안에도 '냉정'을 유지했던 두산은 26일이 돼서야 7월 첫 패 당했다.
긴 연승을 마치고나면 연패에 빠지곤 한다. 시즌 중에 평정심을 잘 알고 있는 두산으로서는 '연승 후유증'을 막는 게 후반기 첫 과제로 남게 됐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