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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의 엔트리 제외 사태다.
중요한 것은 박건우가 몸의 불편함을 표현한 타이밍이다.
2일 KT 위즈전, 0-1으로 지고 있던 8회말이었다. 강 감독은 "박건우 선수한테 한 타석 정도 찬스가 오면 경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모습을 보인데 대해 아쉬움이 컸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한편 박건우의 심정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박건우는 지난 5월 이런 말을 했다. "올해는 WBC 때문에 빨리 몸을 만들어서 페이스가 떨어져 있습니다. 타격시 밸런스가 안 좋아서 공이 빨라 보여요. 변화구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른바 WBC 후유증이다.
박건우는 구종이나 볼 배합을 노려서 좋은 결과를 내는 타자가 아니다. 본인 말로는 "다음 공을 쳐야겠다"고 결심하면 스윙을 시도하고, 뛰어난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만든다.
WBC에서 일본 타자들도 치기 어려운 좌완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의 시속 153㎞ 직구를 밀어 우익수 방향으로 홈런을 치는 모습은 그런 예다. 만약 코스가 안 좋으면 참거나 파울 볼로 헛스윙이나 범타를 피한다. 박건우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결과로 직결되기 쉬운 타자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코칭스태프는 그런 박건우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네가 타선에 없으면 어떻게 이겨?" "일단 안타 2개 치고 보자" 는 말로 기분 좋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했다. 선수 개개인을 위한 맞춤 조종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박건우의 나이는 33세다. 팀으로서는 베테랑 주전 선수를 위한 일종의 특별 대우를 젊은 선수들이 보게 하고 싶지 않다.
사실 KBO리그에는 경기 전 "쉬고 싶다"는 뜻의 말을 하는 주전 선수는 박건우 만이 아니다. 가끔 있다.
여태까지 그런 선수와 만난 일본인 코치들은 "일본에서는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의 경우 그런 말을 하는 선수의 자리를 노리는 다른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리그가 그런 상황이 아닌 만큼 늘 베스트멤버로 오더를 짤 수 있도록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조절 가능한 부분을 해야 한다.
선수, 코칭스태프의 연봉은 입장권, 기념품 판매, 방송 중계, 광고의 수익으로 충당한다.
이번 사태로 박건우의 모습을 보고 싶어 티켓을 예매한 팬은 직접 볼 기회를 당분간 잃었다. 이번 박건우의 엔트리 제외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뭔가 생각대로 되지 못 했을 때 '팬을 위해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답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