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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후보 아니라고? '고졸 루키' 철벽 불펜이 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6-23 10:17 | 최종수정 2023-06-23 10:27


신인왕 후보 아니라고? '고졸 루키' 철벽 불펜이 있다
2023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역투하는 SSG 이로운.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3.06.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고졸 신인 1년차 SSG 랜더스 이로운의 성장세가 놀랍다.

대구고 출신 우완 투수 이로운은 지난해 열린 2023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1라운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은 신인이다. 1라운드 지명 신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단 당시부터 주목은 받았지만, 앞순위에서 타 구단의 지명을 받은 김서현(한화)이나 윤영철(KIA)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제성은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금 이로운은 그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상을 1군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 스프링캠프때부터 김원형 감독을 비롯한 팀 선배 투수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김원형 감독은 투수 출신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투수들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엄격하다. 올해 1차 미국 스프링캠프 명단에 신인 투수 중에서는 이로운과 송영진의 이름을 올린 것도, 직접 기량을 눈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1군 캠프에서 동기부여를 충분히 얻고 2군에서 다음 기회를 준비하라는 뜻이 더 컸다. 그런데 캠프때부터 적극적이고 성실한 훈련 태도는 물론이고, 공을 던지는 자세까지 칭찬을 받았다. 신인들이 실전 위주인 2차 캠프에까지 이름을 올린 이유였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지나 개막전까지 살아남았다. 그냥 1라운드 지명 신인이라서 무조건 기회를 준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생존 경쟁이었고, 이로운 스스로 그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입단 동기인 송영진은 시즌 초반 대체 선발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현재 2군에서 재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운은 5월초 열흘간 2군에 다녀온 후 다시 불펜에서 맹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상황에 등판했었지만, 최근에는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필승조로 올라가고 '멀티 이닝'도 문제가 없다.

물론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이로운은 지난 14일 인천 KT 위즈전에서 1⅔이닝 5안타 2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데뷔 이후 가장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이후 3경기에서 4이닝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롯데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팀의 역전 발판을 마련하는 투구를 해줬고, 이후 타선이 대폭발하면서 이로운이 구원승을 거뒀다. 벌써 올 시즌 3승째다.

이번 주중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리즈에서도 이틀 연속 등판한 이로운은 21일 1이닝 무실점, 22일에는 선발 커크 맥카티(6이닝 2실점)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나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로운이 버텨주면서 SSG는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고 이길 수 있었다. 두산과의 시리즈에서 2개의 홀드를 추가한 이로운이다.

이로운의 최고 장점은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씩씩하게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다는 점이다. 6월초 조금 흔들렸을 때에도 "안타를 주거나 볼넷을 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버리고 마운드에서 혼잣말로 '맞지 않는다. 맞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자신있게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당연히 신인이기 때문에 매 경기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한 경기에 흔들려도 곧장 다음 경기에서 다시 자신의 공을 던지면서 자신감을 찾아나가고 있다.

포지션이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이다보니 신인왕 레이스에서 상대적인 스포트라이트는 못받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마지막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신인왕 정철원처럼. 이로운 역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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