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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오승환의 별명은 '돌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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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무사 2루에서 안치영의 번트 타구를 1루로 강하게 뿌리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1사 3루. 삼성 정현욱 투수 코치가 심판에게 공을 받아든 뒤 마운드를 향했다. 교체를 의미하는 제스쳐. 오승환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3루쪽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쥐고 있던 공을 좌측 외야로 힘껏 뿌렸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뒤엔 글러브를 내동댕이치는 등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날 TV중계에 나선 해설위원은 "오승환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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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를 돌아본다면 오승환 입장에선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번트 내야 안타에 이어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로 실점하는 과정 모두 투수 입장에선 껄끄럽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상황, 마운드 최고참의 책임감을 떠올려보면 이런 아쉬움은 분노가 되고도 남을 만했다. 한편으론 1점차로 쫓기고 있는 동료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승환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삼성은 동점을 내줬고, 9회말 1점을 더 내줘 6대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분노까지 표출한 돌부처의 갈망에도 승리는 따라오지 않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