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투수 임기영이 6회초 롯데 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02/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불펜 투수로 변신한 KIA 타이거즈의 잠수함 투수 임기영(30).
지난해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임기영은 올해 불펜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신인 윤영철(19)이 5선발로 낙점된 이후, 임기영은 롱릴리프와 셋업맨, 필승조를 바쁘게 넘나들고 있다.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4년 불펜 투수로 뛰었던 그는 그해 시즌을 마치고 송은범의 보상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군복무를 거쳐 선발 전환했다.
임기영은 선발로 뛰던 시절 팀 사정에 맞춰 구원 등판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 년 동안 풀타임 선발로 뛰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불펜 전환은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기영은 30일까지 17경기서 31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90으로 KIA의 '믿을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30일 광주 KT전에서도 5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발 이의리에 이어 등판, 1⅔이닝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치며 팀 승리 교두보를 만들었다.
2023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임기영이 5회말 2사후 양석환을 땅볼 처리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12/
임기영은 KT전을 마치고 "상황에 맞춰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6회에 등판해 2이닝 정도를 막는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했다"며 "팔은 금방 풀리는 편인데 그래도 좀 더 확실하게 풀려고 스트레칭이나 튜빙을 많이 하려 한다.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발 투수를 할 때는 좀 길게 던져야 하니까 힘 분배 등을 생각했는데, (불펜에선) 최대한 짧게 이닝을 끝내야 하는 만큼 더 공격적으로 던지게 되는 것 같다"며 "선발 시절엔 (타순이) 두 바퀴를 돌면 (안타를) 좀 많이 맞았는데, (불펜에선) 타순이 돌기 전에 투구를 마치니 공격적으로 던지게 되는 것 같다. 포수들이 리드를 워낙 잘 해줘서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전력 분석 파트나 코치님들도 잘 챙겨주신다"고 밝혔다. 또 "선발 시절엔 등판일이 정해져 있어 거기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면 되는데, 불펜은 언제 나설지 모르니 처음엔 그게 좀 힘들었다. 그래서 선배 투수,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선발 시절엔 리그 막판에 괜찮다가도 가면 갈수록 팔이 힘든 날이 있기도 했다. 지금은 컨디션 관리를 잘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임기영이 투구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7/
최근 KIA는 큰 폭의 엔트리 변경을 단행했다. 선발 숀 앤더슨(29), 좌완 불펜 김대유(32), 내야수 황대인(27) 뿐만 아니라 마무리 투수 정해영(23)이 재정비를 위해 퓨처스(2군)팀으로 내려갔다. KIA 김종국 감독이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한 가운데, 임기영은 최지민(20)과 함께 뒷문을 책임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임기영은 최근 엔트리 변동을 두고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퓨처스(2군)팀에 내려간 선수들 모두 주축 선수다. (재정비를) 잘 할 거라 믿는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정해영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첫 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두고는 "그날 경기 전 (정)해영이 표정이 워낙 안 좋아 같이 몸을 풀면서 '네가 (주자를) 깔고 내려오면 내가 어떻게든 막겠다'고 장난도 쳤다. 그런데 진짜 그런 상황이 왔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돌아봤다. 임기영은 "우리 팀 마무리 투수는 정해영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지만, 잘 정비해서 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를 잊지 않았다. 정해영이 돌아오기 전까지 맡을 수도 있는 마무리 보직을 두고는 "항상 준비는 하지만, 그 상황에선 제일 좋은 투수가 나가는 게 맞다. 지금 우리 팀에선 (최)지민이가 가장 좋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라며 "내게도 (마무리) 상황이 온다면 거기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투수 임기영이 6회초 2사 1,3루에서 고승민에게 2타점 3루타를 허용하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02/
임기영은 불펜 투수의 매력을 두고 "자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잘 던지는 날엔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좋은 밸런스에서 좋은 경기력이 계속 나오다 보니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시즌 전 목표를 세우진 않았는데, 불펜에서 시작한 만큼 두 자릿수 포인트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집중하는데, 끝나게 되면 결과를 보게 되더라"며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다. 이닝도 많이 던지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