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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BO 역대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 두산 이승엽 감독.
새로 사령탑으로 부임하면 노장 그룹을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정리하려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상대적으로 '말 잘 듣는'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빠르게 재편하려는 움직임 속에 노장 그룹과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승엽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23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아 대망의 130승 고지를 밟은 장원준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장원준이라서 특별히 선발 기회를 준 것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를 주셔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준은 24일 삼성전에서 영건 김동주가 5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하자 25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장은 대체선발이 필요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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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옵니다. 이십대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죠. 그 때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면 급락 하겠죠. 본인의 상태를 알고 본인에게 맞는 자세를 찾는다면 떨어지는 시간이 더디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원준은 퓨처스리그에서 변화 심한 투심을 장착해 1844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값진 노력이자 가치 있는 변화였다.
이승엽 감독은 노장선수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베테랑들이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선수들만 가지고 한 시즌을 치를 수가 없습니다. 덕아웃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설령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캡틴이나 덕아웃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신구조화는 선배와 후배 간 유대관계가 좋다는 뜻입니다. 팀 워크죠. 베테랑이 경기에 안나가도 덕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좋은 팀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베테랑들이 오랫동안 1군 무대에서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읽었을까. 25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베테랑 야수들이 힘을 모아 연장 승부 끝 위닝시리즈를 감독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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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으로 패색이 짙던 10회말에는 양의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선두타자 대타로 나와 좌익선상 2루타로 물꼬를 텄다. 전날 다친 오른쪽 정강이 통증에도 전력질주로 2루에서 살아남았다. 김재호가 착실한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고, 정수빈이 기습적인 번트안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11회말 역전 드라마의 주역도 베테랑들이었다.
선두 김재환이 2루쪽 강한 땅볼 타구로 실책을 유발하며 판을 깔았다. 2사 만루에서 김재호는 2B1S에서 직구 노림수를 가지고 짧은 스윙으로 좌익수 앞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4대3을 만드는 끝내기 안타. 개인 통산 4번째이자 지난 2020년 6월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이후 1083일 만에 맛본 짜릿함이었다.경기 후 이 감독이 "최고참 김재호가 최고의 타격으로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노림수와 타격 모두 완벽했다"고 극찬했던 바로 그 장면.
경기 흐름을 읽고 적절하게 대처한 베테랑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 이것이 바로 이승엽 감독이 바라는 두산 베어스의 힘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