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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스트존 판정, 선수+벤치 모두 부글부글…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SC초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5-25 09:14 | 최종수정 2023-05-25 10:04


오락가락 스트존 판정, 선수+벤치 모두 부글부글…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
2023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김종국 감독이 4회초 1사후 황대인의 삼진 판정에 대해 어필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3/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 시즌 반복됐던 문제고 심판-선수단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단골소재였다. 고유 권한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만은 결국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단의 문제라는 심판 측의 불편한 시선이 뒤따랐다. 하지만 선수단에선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중에도 크기가 바뀌는 스트라이크존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KBO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타자 신체 조건에 따라 야구 규칙에 정해진 크기를 준수해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심판위원들이 고척에서 쇼케이스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스트라이크존 판정 논란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오락가락 스트존 판정, 선수+벤치 모두 부글부글…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
◇사진출처=MBC스포츠+ 중계화면
올해는 그 빈도가 잦아지는 모양새. 24일 잠실 두산-삼성전에선 2회초 2사후 타석에 선 안주형의 삼진 장면이 논란이 됐다. 두산 김동주가 뿌린 어깨 부근 높은 코스로 형성된 공에 구심이 삼진 콜을 했다. 안주형은 심판을 잠시 쳐다보며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의 항의 없이 벤치로 향했다. 포수 양의지의 재빠른 프레이밍이 위력을 발휘한 장면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오락가락 스트존 판정, 선수+벤치 모두 부글부글…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
◇사진출처=MBC스포츠+ 중계화면
이어진 두산의 2회말 공격. 삼성 선발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는 두산 좌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2B1S에서 바깥쪽 높은 코스의 공을 던졌다. 바로 앞 타석에서 김동주가 안주형을 삼진으로 잡을 당시의 공보다 낮은 코스. 그러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다시 한 번 똑같은 코스에 공을 뿌렸으나 이번에도 결과는 볼, 포수 강민호가 잠시 머뭇했지만 김재환은 판정 번복 없이 볼넷 출루했다.

23일 대전 KIA-한화전에선 KIA 황대인이 스트존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팀이 0-6으로 뒤진 4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섰다.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는 황대인과의 1B2S 승부에서 몸쪽 151㎞ 직구를 뿌렸다. 황대인이 다소 빠졌다는 듯 그대로 타석에 서 있었지만, 구심은 삼진을 외쳤다. 황대인은 삼진콜 직후 배트를 손에서 그대로 놓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타석에 잠시 섰다가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타석에 놓인 배트를 구심이 가리키며 황대인을 불렀지만, 그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자 곧 퇴장 콜이 이어졌다. 이 구심은 지난 10일 부산 두산-롯데전에서 삼진 판정을 두고 전준우와 언쟁을 벌인 바 있다.


오락가락 스트존 판정, 선수+벤치 모두 부글부글…결국 로봇심판이 답인가[…
2023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김종국 감독이 4회초 1사후 황대인의 삼진 판정에 대해 어필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3/
3~4시간 이어지는 경기 시간 내내 심판이 일관된 집중력을 보여주긴 쉽지 않다. 심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포수들의 재빠른 프레이밍과 정교해지는 투수들의 공, 그라운드 안팎 상황 등 신경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심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공정성이 의심받는 건 다른 문제다. 리그 전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WBC 참패 악재를 딛고 인기팀의 선전 속에 가까스로 흥행동력을 찾은 KBO리그라는 점에서 최근의 논란을 예년처럼 그냥 넘기기 쉽지 않다.

KBO는 지난해 로봇심판 도입 여부를 논의한 바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독립리그-마이너리그 중심으로 시범 운영 단계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는 오는 2024년 1군 리그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설비 마련 뿐만 아니라 로봇심판 시범운영을 통해 드러난 판정 지연과 정확성 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진 않은 상황. 현재는 로봇심판 2024시즌 도입 문제는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시 로봇심판 도입 문제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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