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선발로 6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47. 누가 봐도 에이스의 수치다. 그런데 "언제든 중간으로 내려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한다.
95개의 공을 뿌렸는데 직구를 41개, 체인지업 32개, 커브 18개, 슬라이더 4개로 조합했다. 그런데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47㎞로 빨라졌다. 임찬규는 "작년, 재작년에 공을 세게 던져서 빨랐는데 이번엔 보통 때와 같은 밸런스로 던졌는데 구속이 빨라졌다"면서 "6회까지도 직구 구속이 나왔고, 세게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 구속이 나와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마지막에 위기가 있었다. 5회까지 홈런 하나만 맞았던 임찬규는 5-1로 앞선 6회말 2사후 최지훈의 타구에 골반쪽을 맞는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트레이너가 달려나왔지만 괜찮다고 투구를 계속 이어갔으나 최 정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에레디아를 풀카운트 승부끝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임무를 마무리했다. "코치님이 올라오셔서 홈런 맞아 3점을 줘도 여유가 있으니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져라고 하셨다"며 "강한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었다. 그게 원하는 대로 들어갔고, 순간적으로 세리머니도 했다"며 웃었다.
|
임찬규는 오히려 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나야 말로 감독님이 안계셨다면 어쩔뻔 했나 싶다"는 임찬규는 "캠프 때부터 변화구를 살려라고 하셨다. 어린 투수들을 받쳐주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다보니 내려놓게 됐다. 선발, 5이닝, 퀄리티스타트, 이런 것을 내려놓게 되고 그냥 내 색깔을 찾게 됐다"라고 했다.
올시즌 그동안 임찬규의 자리였던 선발이 이제 임찬규의 것이 아니었다. 낯선 롱릴리프로 출발했다. 지난 2년간의 부진에서 임찬규는 원래 잘하는 것을 찾자고 생각을 바꿨고, 구속보다 변화구와 제구에 초점을 맞췄다. 마음을 비우고 투구에만 집중했다. 이민호가 갑자기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체 선발로 나선 그는 호투를 이어갔고, 이제는 선발진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
"언제든지 롱릴리프로 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갔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임찬규는 "예전엔 붙잡을 것을 생각했었고 그것을 놓치면 좌절했었다. 지금은 그런것 없이 중간이면 중간에서, 선발이면 선발에서 그냥 내 공을 던지자라고 생각을 했다. 그 부분에만 집중을 했던게 현재까지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선발로 계속 나가겠다는 욕심이 없다. 임찬규는 "나중에 (이)민호나 어린 좋은 투수들이 나오면 내가 또 중간에서 힘이 돼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목표를 수정하지 않고 팀이 필요한 자리를 내가 메워주는 게 내 가치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왔다 갔다 해도 상관없다"라고 선발, 중간에 의미를 두지 않고 팀에만 초점을 맞췄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