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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km 못 던지면 어때, 130km로 이기면 그게 진짜 승자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5-18 12:59


160km 못 던지면 어때, 130km로 이기면 그게 진짜 승자다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4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있는 윤영철이 더그아웃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공을 '던질 줄' 알면, 160km 필요 없는 게 야구.

이번 시즌 KBO리그는 '광속' 경쟁이다. 한화 이글스의 미래 문동주와 김서현이 엄청난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문동주는 KBO 최고 160km를 던진 선수가 됐고, 김서현도 고졸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구위로 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두 후배가 주목을 받자 원래 강속구로 유명했던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안우진 역시 150km 후반대 빠른 공으로 더 무서운 선수가 됐다.

KIA 타이거즈 좌완 불펜 최지민도 '핫'하다. 고교 시절 140km도 던지지 못하던 선수가 프로 입단 후 제대로 몸을 만들고, 투구법을 배워 150km를 던지는 투수로 거듭났다. 최근 150km를 던지는 좌완 투수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인데, 그만큼 가치가 있다.


160km 못 던지면 어때, 130km로 이기면 그게 진짜 승자다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윤영철이 투구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7/
그런데 정반대로 주목을 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KIA의 특급 신인 윤영철. 윤영철은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⅓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2번째 승리를 따냈다. 실점도 자책점이 아니었다. 안타 4개를 맞고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입단부터 '초고교급'이라고 인정받았다. KIA도 그의 잠재력을 생각해 꾸준하게 5선발로 기용중이다. 선수도 그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6경기 2승 뿐이지만, 평균자책점이 3.49다. 지난달 15일 데뷔전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전 3⅔이닝 5실점 난조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잘던지고 있다.

윤영철은 직구 구속이 150km는 커녕, 140km도 나오지 않는다. 삼성전도 최고구속 141km에 그쳤다. 직구 대부분이 130km대다. 보통 야구계에서 어린 투수들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구속이다. 빠른 공을 던질 줄 알아야, 거기서 다듬으면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60km 못 던지면 어때, 130km로 이기면 그게 진짜 승자다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윤영철이 5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내려오며 기뻐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7/
하지만 윤영철은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걸 아는데도 KIA가 뽑았다. 이유가 있다. 어린 선수가 공을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제구가 좋고, 상황에 맞는 구종 선택과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요리할 줄 아는 스타일이다. 이는 보통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배우는 부분인데, 프로 데뷔 전부터 이런 능력을 갖췄다는 건 그가 야구 센스를 타고났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윤영철이 지금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피칭에, 구속까지 더 오른다면 완벽한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구속을 끌어올리려다 지금 가진 장점을 잃을 수도 있다. 강속구를 던지지 못해도, 야구는 이기면 '장땡'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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