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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적생 김태훈(31)이 삼성의 불펜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2세이브, 1구원승에 평균자책점 0.00. 3경기 모두 절체절명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해 승리를 지켰다.
트레이드된 첫날인 27일 대구 두산전에서 7-6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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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경기 모두 팀이 가장 어려운 절체절명의 순간 마운드에 섰고, 해결해냈다. 그 덕분에 삼성은 5경기 내내 1점 차 승부 속에서 5연승을 달리며 반등할 수 있었다. 김태훈이 없었다면 4연패 후 삼성의 연승 반등은 쉽지 않았다.
타이밍 적절한 트레이드. 훗날 시즌 전체를 놓고 복기해 봐도 시의적절한 결단으로 결론 내려질 공산이 크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우리 타자들에게 두루 물어봤더니 좌우타자 모두 치기 까다로운 공을 던진다고 하더라"며 김태훈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박 감독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타자를 압도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공을 던진다"고 칭찬하며 "중요할 때 기용해야 할 투수"라며 굳은 신뢰를 보냈다.
김태훈은 키움 시절에도 상황을 가리지 않고 가장 중요할 때 마운드에 오르는 전천후 마당쇠였다.
지난 2년 간은 마무리로도 잦은 등판을 하며 20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은 매 시즌 6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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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한화와의 개막전전부터 16일 KIA전 구원승 까지 6경기에서 줄곧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6경기 6이닝 4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1.50의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순조로운 흐름을 깨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삼성이었다.
안우진 선발 경기였던 19일 고척 삼성전. 운명을 바꾼 경기였다. 4-2로 앞선 8회초. 김태훈은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악몽이 시작됐다.
선두 구자욱에게 우익선상 2루타, 김자찬에게 좌전안타로 무사 1,3루. 피렐라의 내야땅볼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아 4-3 한점 차로 쫓겼다. 자신에게 강했던 이원석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2루.
오재일에게 4-4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강판됐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임창민이 이어진 1사 1,3루에서 김성윤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4-5 역전. ⅓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3실점의 시즌 최악투가 기록됐다. 1.50이던 평균자책점도 5.68로 껑충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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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상황이 아닌 추격하는 상황에서의 등판. 역할이 살짝 바뀌었다. 힘이 날리 없었다. 19일 삼성전 악몽의 여파였다.
그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키움에서의 다음 경기는 더 이상 없었다. 27일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김태훈은 이적 인터뷰에서 현재 컨디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몸 상태 좋아요. 제가 알다시피 캠프를 안 갔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운동도 많이 하고 해서 몸 컨디션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아픈 데도 없고, 던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 때 삼성이랑 할 때 한번 못해 가지고 그 이후에 시합을 못 나가게 됐지만요.(좌중 웃음)"
통상 트레이드는 자신의 팀을 상대로 엄청 잘하는 선수를 눈독 들이다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태훈은 팀 내 역할을 약화시켜 데려올 수 있었던 케이스.
올시즌 삼성전 1경기 평균자책점 81.00이지만, 알고 보면 김태훈은 삼성 킬러였다.
지난해 삼성전 9경기 9이닝 8안타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1.00. 삼성전에 워낙 강하다보니 9개 구단 중 가장 많이 등판하며 키움의 삼성전 11승5패 절대우위를 이끌었다. 알고보면 삼성으로선 천적을 딱 한번 괴롭혀 데려온 셈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