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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첫 경기가 끝나고 저의 통역 담당이 '평균자책점이 농구 스코어 아니야?' 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큰 자극이 됐죠." SSG 랜더스 투수 커크 맥카티가 유쾌하게 웃었다.
완벽한 변신이다. 신장 1m73의 단신에 직구 구속도 140km 중반을 오르내리는 투수. 지난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시즌 후 방출을 당했고, 새 팀을 찾던 맥카티가 SSG에서 안착한 순간이다.
팀에게도 맥카티의 활약은 큰 위안이 된다. 맥카티보다 앞서, 1선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를 받았던 에니 로메로는 개막 이후 단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캠프 막판에 어깨 통증이 발생한 이후 사실상의 개점휴업. 현재 미국에서 재활 중인 그는 사실상 SSG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맥카티는 "한국에서 뛰는 게 나의 꿈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현재 구단이 제공한 숙소에서 아내, 어린 딸과 함께 한국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맥카티는 "몇년 전부터 한국에 오는 것을 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말부터는 아내와 '한국에서 뛰어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막상 와서 보니 살고 있는 동네(송도)가 너무 좋다. 커피와 산책을 좋아하는데, 그 두가지가 완벽하게 실현된다. 또 아내가 한국 생활을 너무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아내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며 웃었다.
가족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늘 가족을 위하는 맥카티 다운 답변이었다. 맥카티는 또 오랜 마이너 생활에 다소 지친듯 보였다. 그는 2017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지명을 받은 후,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하기 전까지 4년이 넘게 마이너 생활을 했다.
맥카티는 "마이너리그에서는 승리가 가장 큰 목표가 아니다. 나는 선수로서 승부욕이 있어서 늘 이기고 싶은데, 마이너리그에서는 그런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승리가 중요한 시스템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144경기 모든 경기가 치열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스트시즌만 진출하면 신경쓰지 않는 경기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재미있다"고 이야기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지난해 SSG의 우승 하이라이트 영상을 밤새 보느라 잠을 한숨도 못잔 날이 있었다는 맥카티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가고싶지 않냐'는 질문에 "나는 정말 한국이 좋다. 정말 정말 좋다"며 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