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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이게 아닌데...' 만루 위기를 넘긴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 지었던 이의리가 급격한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결국 굳은 얼굴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매력적인 좌완 투수 이의리.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도 제구가 동반되지 않으면 타자들을 이길 수 없다. 전날 열린 홈 개막전에서 1대4로 패한 KIA 김종국 감독은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이의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홈으로 돌아온 KIA 타이거즈.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피칭을 선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날 이의리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 경기 초반에는 강력한 구위로 두산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문제는 제구였다. 삼진 아니면 볼넷(5삼진 5볼넷), 스트라이크와 볼넷 비율이 1대1(총투구수 77개 중 스트라이크 39개 볼 38개).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칭 내용은 좋지 않았다.
1회 두산 이유찬(삼진)-허경민(중견수 뜬공)-강승호(삼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KIA 선발 이의리. 기세를 몰아 2회 김재환(포수 스트라이크 낫아웃)-양의지(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아웃)를 잡으며 2사. 양석환에게 2루타를 내주긴 했지만, 후속타자 송승환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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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을 되찾는 듯싶던 이의리는 4회도 제구 난조로 고전했다. 양의지와 양석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송승환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2대1 1점 차로 좁혀진 상황에서 정명원 투수코치는 결국 공을 들고 마운드를 찾아 이의리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4회 들어 아웃카운트 하나 올리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이의리는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이의리는 3이닝 2피안타 5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9회 1사 만루 찬스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고종욱이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KIA. 기뻐하는 선수들 사이 이의리는 활짝 웃지 못했다.
아무리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라도 제구가 흔들리면 5회까지 끌고 가지 못한다는 걸 이의리는 이날 피칭으로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프로 3년 차 KIA 타이거즈 마운드를 이끌어갈 미래 이의리는 실패의 아픔 속 한 단계씩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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