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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장대비도 '부산갈매기'를 막을 순 없었다. 경기는 졌지만, 인천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도 질려버릴 기세였다.
테이블석 왼쪽 귀퉁이부터 응원단상 앞쪽에 걸친 롯데 팬들의 목청은 강렬했다. 공격에서 환호할 기회는 1회 단한번에 그쳤지만, 올시즌 첫 선을 보인 노진혁 유강남 안권수 등 새로운 응원가가 나올 때면 한층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선발 박세웅이 여러차례 맞은 위기를 삼진으로 이겨내자 함성 소리는 더욱 커졌다.
비가 거세지자 급기야 7회말 도중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열혈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선수별 응원가를 기운차게 합창하며 더그아웃의 롯데 선수들을 쉼없이 격려했다. 포일과 폭투로 내준 역전도, 올라오자마자 볼넷 3개를 연발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영건도, 2회부터 7회부터 볼넷 하나를 얻었을 뿐 출루조차 힘겨운 타자들도 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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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갭다 원정팬들의 기세가 뜨겁자 홈팀도 반격에 나섰다. 앰프가 다시 가동됐고, 응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빗속 기싸움이 펼쳐졌다. 30분의 기다림이 끝난 뒤 주심의 강우 콜드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열혈 팬심 대결이 끝났다.
항구들을 연고지로 한 단 둘뿐인 팀이다. 팀을 대표하는 응원가에도 절절하게 항구의 정서가 녹아있다. SSG 랜더스가 리그에 정착하면서 '유통 라이벌'의 구도까지 형성됐다.
하지만 돌아보면 한 쪽은 이미 왕조를 구축한 경험이 있고, 올시즌도 디펜딩챔피언의 입장에서 임하고 있다. 반면 롯데는 지난 10년간 가을야구조차 단 1번 진출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 오른지는 벌써 23년이 지난 팀이다.
의욕적으로 맞이한 2023년, 롯데는 팬들의 응원에 답할 수 있을까.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