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실력차에 "슬펐다", 이정후가 느낀 '위기'…"야구선수가 멋지다는 생각들도록" [창간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3-03-19 14:02 | 최종수정 2023-03-21 07:33


실력차에 "슬펐다", 이정후가 느낀 '위기'…"야구선수가 멋지다는 생각들…
창간 특집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3.16/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어릴 때 야구 선수는 정말 멋있었어요."

어린 시절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가장 가까이에서 봤던 선수는 '바람의 아들'이자 '아버지' 이종범(LG 트윈스 코치)이었다.

이종범 코치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버지를 보면서 이정후는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오른손잡이지만,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좌타석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9전 전승으로 한국 남자 스포츠 구기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 소년' 이정후는 생각했다. '야구 선수는 정말 멋있는 직업'이라는 걸.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는 첫 해부터 144경기 전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매년 이정후의 연봉에는 '연차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21년 타율 3할6푼을 기록하면서 타격왕에 오른 그는 2022년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과 함께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실력차에 "슬펐다", 이정후가 느낀 '위기'…"야구선수가 멋지다는 생각들…
창간 특집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3.16/
"슬프더라고요."


'실패'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정후는 2023년 큰 벽에 부딪혔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4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호주와 일본에 내리 패했고, 결국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쓴잔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정후는 "슬펐다"고 했다. 꾸준하게 발전해 온 일본 야구의 모습에 "실력 차이가 나더라"며 씁쓸해했다.

이정후는 "일본 선수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더라. 실투를 놓치지 않는 이가 최고 타자라고 생각하는데 일본 타자들은 실투를 안 놓쳤기에 우리가 힘든 경기를 한 거 같다.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아쉬움은 없었다. 이정후는 "최선을 다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이고, 내가 가진 최선을 다해서 받아낸 결과"라며 "아픈 것을 계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의 타자. 멈추지 않은 변화

올 시즌을 마치면 이정후는 포스팅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유명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를 선임했다.

이정후 역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한 단계 성장을 노렸다. 이정후는 "미국 훈련 시스템 자체가 투수들의 구속을 늘리는 훈련이 중심이었다. 타자는 좋은 신체 능력에 트레이닝까지 더해지니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며 "시야가 넓어진 계기"라고 했다.

지난해 5관왕에 MVP까지 올랐던 이정후는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타격폼을 간결하게 수정했다. 이정후는 "매년 타격에 대한 고민은 해왔다. 타격폼이 많이 바뀐 건 아니다. 선수들은 조금만 바뀌어도 크게 다가온다. 적응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내가 기존 폼처럼 편하기 위해서는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적응은 순조로웠다. 귀국 당시 "공도 제대로 못 맞힌다"고 우려했지만, WBC는 물론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타격감이 이어졌다. 14일 한국으로 온 그는 15일 곧바로 팀에 합류하면서 한 경기라도 더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6일에는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안타를 쳤고, 18일과 19일 연이틀 홈런쇼를 펼쳤다.

주장 이정후의 당부 "중요한 시기 잊지 않길"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큰 숙제. 하지만 이정후는 "일단 4월 1일 개막전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키움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전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에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낸 만큼, 올해 이정후가 있을 때 우승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원종현 이형종 등 외부 전력까지 영입했다.

이정후 역시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는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이정후는 "작년에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작은 2등이 아니니 다시 차근 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치려면 작년보다 모든 부분에서 좋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후는 "다른 팀도 전력이 좋아졌다. 우리가 작년에 큰 경기 경험을 했으니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시즌은 길다. 모든 선수들이 인내하고 참고 배려하면서 시즌을 잘 풀어가야 한다. 나 자신도 중요하지만 팀도 중요한 시기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릴 때 야구 선수 모습은…."

20대 중반의 나이. 자신의 일로도 벅찰 시기였지만, 이정후가 지닌 책임감은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이사회를 마치고 "나도 항상 선수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WBC를 마치고는 "어떤 분야든 실력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의지가 불타올라 더 열심히 하면 바꿀 수 있다. 우리가 못했다. 무관심보다는 관심이 더 좋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이정후는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야구선수와 지금 야구선수는 많이 다른 거 같다. 야구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 선배님들은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시면서 위상도 올랐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어린 친구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내비쳤다.

야구 흥행을 위해선 더 발전된 모습이 해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게 나부터 더 열심히 하겠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실력차에 "슬펐다", 이정후가 느낀 '위기'…"야구선수가 멋지다는 생각들…
창간 특집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3.16/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