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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궁색한 변명이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주최인 MLB 사무국이 준결승 스케줄을 은근슬쩍 바꿔놨다. 미국이 어떻게든 결승까지 가게 하려는 모략으로 보인다.
WBC 주최인 MLB 사무국이 처음 발표한 대회 일정에는 특별 공지 내용이 2가지 추가돼 있었다. '일본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조 순위와 상관 없이 무조건 (도쿄에서 열리는 8강전 중)두번째 경기에 배정된다'와 '미국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조 순위와 상관 없이 (미국에서 열리는 8강전 중) 두번째 경기에 배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WBC 경기 개최국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동 일정, 중계 시간 등을 고려해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8강행이 결정된 직후, MLB가 슬쩍 스케줄을 바꿨다. 원래 공지대로라면 미국이 8강전 4번째 경기, 일본이 8강전 2번째 경기다. 만약 두 팀이 상대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4강전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일본 취재진도 갑자기 일정이 바뀐 것이 당황스럽다는듯 대응했다. 물론 일본도 준결승에서 무조건 미국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준결승에서 미국을 만나게 된다'고 염두에 두고 있었던 계획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낙은 '미국이 무조건 4번째 경기에 배정된다는 공지가 있지 않았나'라는 일본 취재진 질문에 "언제 일정표를 확인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바뀐 상황"이라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MLB는 아무런 설명 없이 며칠 전 대진표를 바꿔놨었고, 미국의 8강행이 확정된 후인 이날에서야 해당 규정을 발표한 것이다. 타 국가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로써 일본은 준결승에 올라가더라도 푸에르토리코-멕시코 경기의 승자와 만나고,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꺾고 올라가면 쿠바와 맞붙는다.
MLB 사무국은 이번 WBC를 통해 '최강 미국 야구'의 위상을 되찾고, 미국내 야구 인기 부흥기를 맞고 싶어한다. 그런데 미국은 예상보다 전력이 압도적이지 않고, 생갭다 더 강한 일본을 준결승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을 결승에서 만나는 것과, 준결승에서 만나 결승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국의 이득만 생각하는 MLB 사무국의 비상식적인 대처다. WBC에 출전하는 다른 국가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 마리낙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현지 방송 중계와 흥행 문제 등으로 금요일(현지 시각) 밤보다는 토요일 밤에 경기를 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특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최초 대진표대로 미국-베네수엘라전을 '8강 3경기'로 배정하기로 했다"는 답을 했다.
마리낙은 또 "미국이 C조 1위였다면, 처음 대진표대로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났겠지만 미국은 C조 2위이기 때문에 '3경기'에 배정한다"는 설명을 했다. 일본 취재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야구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D조 최강 경기력을 보여준 베네수엘라에 패하면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