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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감독-주장의 마지막 인터뷰, 불난 집에 기름만 부었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3-15 08:33 | 최종수정 2023-03-15 09:07


WBC 감독-주장의 마지막 인터뷰, 불난 집에 기름만 부었다  [김 용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야구대표팀이 14일 오후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3.14/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결국 본심은 억울함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쿄 참사'로 고개를 숙인 한국 야구 대표팀. 14일 쓸쓸하게 귀국했다. 대표팀이 입국한 인천국제공항에는 취재진만 기다리고 있을 뿐, 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팬들이 계란이라도 던졌겠지만, 이런 모습 자체도 없었다는 게 더욱 씁쓸해지는 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강철 감독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선수들은 그대로 해산했고, 이 감독이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섰다. 아무리 부진했다 하더라도, 선수단 책임자가 팬들 앞에 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감독은 사과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이 날아들자 날선 반응을 보였다. 대회 기간 동안 불거진 투수 혹사 논란에 관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질문을 듣자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치 질문이 날아들 걸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시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누가 봐도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야구에 대해서, 팀 사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비판하냐는 것이었다. 이 한 마디로 이전 이 감독의 사죄는 모두 묻히고 말았다. 자신의 투수 운용에는 잘못이 없다는 억울함의 표시만 남게 된 마지막 인터뷰였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도 마찬가지. 김현수는 13일 중국전이 끝난 후 1라운드 탈락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김현수도 마지막 발언이 문제였다. "역대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배들에게 항상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그게 아닌 분들이,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걸 봤다. 아주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WBC 감독-주장의 마지막 인터뷰, 불난 집에 기름만 부었다  [김 용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야구대표팀이 14일 오후 귀국했다. 김현수가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3.14/
야구계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대표팀을 강한 어조로 질타한 양준혁을 향한 화살이 아니냐고 보고있다. 김현수의 말도 맞다. 양준혁이 너무 심하게 말했고, 양준혁은 국가대표 경험이 거의 없어 대표팀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기 힘들다. 하지만 이 말은 양준혁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을 경험해보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편 가르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다. '너희는 우리가 얼마나 힘든 지 알아?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메시지가 된다.

하지만 이 감독, 김현수 모두 간과한 게 있다. 야구인들, 팬들이 이번 대표팀을 질타하는 건 단순히 경기에 지고 1라운드에서 패해 그런 게 아니다. 일본 얘기는 꺼내지 않겠다.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세미프로 호주에 졌다. 사실상 취미로 야구를 하는 체코 타자들에게 경기 후반 3실점했다. 타자들은 풀스윙으로 일관했고,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프로라는 타이틀이 부끄럽다는 지적인데 자신들은 전혀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하다 얘기한다면 그나마 남아있던 동정심마저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범경기가 시작된 KBO리그 흥행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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