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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제도 개선. 최근 수 년 동안 이어진 국제대회 부진 때마다 어김없이 KBO리그에 뒤따랐던 말이다.
스트라이크존도 손을 댔다. 국내에 비해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는 적응하지 못했고, 투수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BO는 스트라이크존을 야구 규칙에 맞춰 확대 적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 심판위원들이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이례적 공개실습을 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이런 개선책을 거쳐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임했다. 참담한 실패다. '한 수 아래' 정도로 여겼던 호주에 홈런 3방을 얻어맞으며 덜미를 잡혔고, 일본전에선 '숙적'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난타를 당하며 간신히 콜드패 치욕을 면했다.
일각에선 1라운드 개최지 일본 대신 미국 훈련을 택한 KBO의 결정을 실책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사회인-아마 캠프로 포화상태인 일본에서 대표팀이 훈련할 곳은 없었고, 훈련장을 내주겠다는 곳도 없었다. 7팀이 미국 현지에서 캠프 중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시설, 연습경기 여건 속에 그나마 빨리 모일 수 있었던 게 미국이었다. 이상기후-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입국 지연 같은 생각지 못한 변수를 제외하면 지원 면에선 부족함은 없었던 대회다.
하지만 처절한 실패를 맛본 WBC, 이번엔 또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할까. 과연 대책이 능사일까. 여러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발전은 없었고, '우물안 개구리'라는 것만 확인됐다. 대책이 아닌 대수술이 필요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유소년 선수 정책, 기본기를 무시한 승리 지상주의, 연봉 거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나도 많다. 그동안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개선 목소리만 이어질 뿐 추진력이 담보된 실질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WBC 참사를 계기로 바로 변화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KBO리그에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시속 150㎞ 중반 강속구를 던지는 토종 탈삼진왕이 건재하고, 준수한 하드웨어와 기량을 갖춘 유망주들도 존재한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경쟁력에 걸맞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게 KBO리그의 의무다. 치욕을 반복해선 안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