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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일본이 이번 WBC에서 왜 역대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지, 투수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선발 투수로 나온 다르빗슈 유는 현역 메이저리거이자 최고의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지만, 그만큼 한국 선수들에게도 친숙했다. 워낙 오래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투수인데다 최근 투구의 변화 과정까지 한국 선수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르빗슈를 상대로 선전했다. 1,2회에는 출루는 하지 못했어도 정타가 나왔다. 3회에는 강백호의 2루타, 양의지의 2점 홈런에 이정후의 추가 적시타까지. 공략에 대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르빗슈가 3회까지 48구를 던지고 내려왔고, 두번째 투수로 좌완 이마나가 쇼타가 등판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소속의 투수로 지난 시즌 11승4패 평균자책점 2.26의 성적을 기록했다. 좌완 투수인데도 대단한 강속구를 자랑하는 투수다. 이마나가는 이날 최고 155km의 구속을 기록했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까지 갖췄다. 이마나가를 상대한 주요 좌타자들이 침묵하면서 한국 대표팀의 추격에도 찬물이 뿌려졌다. 6회초 박건우가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지만, 집중타가 터지지 않은 이유다.
12일 체코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사사키 로키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도고 쇼세이, 미야기 히로야, 이도 히로미 등 일본 투수진은 두자릿수 승리,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차고도 넘친다. 전문 불펜 투수들은 면면이 더 화려하다. 30세이브 이상 투수 3명, 43홀드 투수 1명이 대기 중이다. 준결승, 결승까지 바라보는 일본의 투수진 운용 계획에 이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에게는 너무나 뼈아프지만, 마운드 격차의 현실을 깨닫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따라잡을 수 있는 확실한 플랜을 세워야 한다. 선수들만 각성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