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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ERA 11.12 꼴찌' 韓마운드, 제구 안되는 평균 89마일이 현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3-03-11 08:48 | 최종수정 2023-03-11 08:53


[SC진단]'ERA 11.12 꼴찌' 韓마운드, 제구 안되는 평균 89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3회말 무사 2루 한국 김광현이 일본 나카무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스(fangraphs)는 지난해 12월 흥미로운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메이저리그 입성 가능성을 조명하면서 KBO리그의 수준을 더블A로 평가한 것이다. 팬그래프스는 'KBO는 10팀으로 구성된 리그로 더블A 수준의 플레이를 펼친다. 투수들의 구속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2년 KBO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89마일이었다. (중략)그러나 공인구 규격 확대와 스트라이크존 변경으로 300타석 이상 타자 중 장타율 4할 이상 타자가 2016년 67명에서 2022년 30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KBO 투수들의 특징을 제구력 불안보다 느린 구속에서 찾은 것이다.

반면 일본프로야구(NPB)에 대해서는 'ML 관계자들은 NPB를 최소 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한다. 일부 관계자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의 그 넓은 어디쯤으로 여긴다'고 평가했다. 투수의 구속 차이가 리그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본 것이다.

팬그래스프는 올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이정후를 국제 유망주 순위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에 이어 4위에 올리면서도 '93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쳤을 때 땅볼 비율이 60%이고, 그런 대처능력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데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후가 뛰어난 타자지만, KBO 투수들의 느린 구속에만 익숙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심준석에 대해서는 '18세의 심준석은 90마일대 중반의 강속구로 KBO를 건너뛰고 국제 아마추어 FA가 됐다'고 했다, 모두 구속을 중심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SC진단]'ERA 11.12 꼴찌' 韓마운드, 제구 안되는 평균 89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일본 선발투수 다르빗슈가 역투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한국은 10일 일본전에서 4대13으로 참패했다. 무려 8개의 볼넷과 13안타를 허용했다. 형편없는 제구력이 대패의 원인이겠지만, 그 바탕에는 구속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이날 93마일 이상의 공을 던진 한국 투수는 10명 중 3명이었다. 최고 구속이 곽 빈이 94.8마일, 이의리가 96.4마일, 박세웅이 93마일이었다. 선발 김광현은 93마일 직구가 한 개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선발 다르빗슈 유, 이마나가 쇼타, 우다가와 유키, 마쓰이 유키, 다카하시 히로토 등 5명 모두 최고 93마일 이상의 공을 뿌렸으며, 4명은 평균 구속이 93마일 이상이었다. 특히 다카하시의 경우 97마일대 직구를 펑펑 뿌려대며 9회를 3자범퇴로 마무리했다.


MLB.com은 이날 경기 후 논평을 통해 '관중으로 꽉차 열기가 가득한 도쿄돔에서 한국 대표팀은 일본의 방망이를 잠재울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무려 10명의 투수가 나가 누구도 신바람을 탄 일본 라인업을 막아낼 빠른 공과 변화구를 던지지 못했다'고 했다.

제구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구속 자체가 파워와 정확성으로 무장한 메이저리그와 NPB 최정상급 타자들을 버텨낼 수 없었다.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을 올린 오타니 쇼헤이의 신들린 듯한 방망이에 도쿄돔을 가득메운 일본 팬들은 환호와 감탄을 쏟아냈다. 90마일대 후반, 100마일 강속구를 수없이 상대한 라스 눗바, 오타니, 요시다 마사타카를 상대하는 건 정말 제구가 정교하지 않으면 90마일 안팎의 공 가지고는 애초 무리였다.

지난 9일 호주전도 사실 만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호주 타선은 대부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한국과 호주 투수들 모두 비슷한 구속에 변화구를 위주로 던졌다. 1점차 승부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한국은 2006년 WBC와 2009년 WBC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앞세워 각각 4강과 준우승을 일궜다. 2006년에는 메이저리그 소속 투수가 구대성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봉중근 등 6명이나 됐다. 2009년에는 93마일 이상의 직구를 뿌렸던 전성기의 류현진, 김광현이 마운드를 이끌었고 오승환 정현욱 임창용 등도 빠른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줄 알았다.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구속과 제구력을 포함한 한국 투수들의 실력은 제자리는 커녕 뒷걸음질쳤다. 이날 현재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 11.12로 경기를 치른 10개팀 가운데 꼴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SC진단]'ERA 11.12 꼴찌' 韓마운드, 제구 안되는 평균 89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국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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