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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미국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스(fangraphs)는 지난해 12월 흥미로운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반면 일본프로야구(NPB)에 대해서는 'ML 관계자들은 NPB를 최소 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한다. 일부 관계자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중간의 그 넓은 어디쯤으로 여긴다'고 평가했다. 투수의 구속 차이가 리그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본 것이다.
팬그래스프는 올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이정후를 국제 유망주 순위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에 이어 4위에 올리면서도 '93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쳤을 때 땅볼 비율이 60%이고, 그런 대처능력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데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후가 뛰어난 타자지만, KBO 투수들의 느린 구속에만 익숙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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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은 선발 다르빗슈 유, 이마나가 쇼타, 우다가와 유키, 마쓰이 유키, 다카하시 히로토 등 5명 모두 최고 93마일 이상의 공을 뿌렸으며, 4명은 평균 구속이 93마일 이상이었다. 특히 다카하시의 경우 97마일대 직구를 펑펑 뿌려대며 9회를 3자범퇴로 마무리했다.
MLB.com은 이날 경기 후 논평을 통해 '관중으로 꽉차 열기가 가득한 도쿄돔에서 한국 대표팀은 일본의 방망이를 잠재울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무려 10명의 투수가 나가 누구도 신바람을 탄 일본 라인업을 막아낼 빠른 공과 변화구를 던지지 못했다'고 했다.
제구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구속 자체가 파워와 정확성으로 무장한 메이저리그와 NPB 최정상급 타자들을 버텨낼 수 없었다.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을 올린 오타니 쇼헤이의 신들린 듯한 방망이에 도쿄돔을 가득메운 일본 팬들은 환호와 감탄을 쏟아냈다. 90마일대 후반, 100마일 강속구를 수없이 상대한 라스 눗바, 오타니, 요시다 마사타카를 상대하는 건 정말 제구가 정교하지 않으면 90마일 안팎의 공 가지고는 애초 무리였다.
지난 9일 호주전도 사실 만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호주 타선은 대부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한국과 호주 투수들 모두 비슷한 구속에 변화구를 위주로 던졌다. 1점차 승부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한국은 2006년 WBC와 2009년 WBC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앞세워 각각 4강과 준우승을 일궜다. 2006년에는 메이저리그 소속 투수가 구대성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봉중근 등 6명이나 됐다. 2009년에는 93마일 이상의 직구를 뿌렸던 전성기의 류현진, 김광현이 마운드를 이끌었고 오승환 정현욱 임창용 등도 빠른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줄 알았다.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구속과 제구력을 포함한 한국 투수들의 실력은 제자리는 커녕 뒷걸음질쳤다. 이날 현재 한국의 팀 평균자책점 11.12로 경기를 치른 10개팀 가운데 꼴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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